법원의 파산 선고를 앞둔 한진해운을 덮친 대량 실직 한파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매주 20척에 가까이 부산항을 드나들던 한진해운 선박이 더는 운항하지 않는 탓에 도선·예선을 비롯한 항만 서비스 업체들도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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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부산 중구 한진해운 부산사무소가 텅 비어 있다. 전민철 기자 |
3일 오후 부산 중구 중앙동 한진해운 빌딩. 이전에는 직원들이 바삐 움직였던 부산사무소 내부는 불만 켜진 채 텅 비어 있었다. 지금은 한진해운 선박과 선원을 관리하던 유수에스엠 임직원 몇 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파란색 불을 환히 밝힌 간판만이 한때 국내 1위이자 세계 7위 해운선사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진해운의 임직원은 육상직 700명과 해상직 670명을 합쳐 1370명. 해외법인과 외국인 선원까지 포함하면 3900여 명에 달했다. 한진해운 이요한 해상노동조합 위원장은 "육상직 308명과 해상직 150명을 합쳐 458명만 재취업했다. 육상직 220여 명은 다음 달 출범하는 신설 컨테이너 선사인 SM상선으로 옮겼다. 나머지 912명은 실직 상태"라고 말했다. 컨테이너선에 올라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던 해상직들은 해운경기 불황 탓에 육상직보다 재취업하기가 쉽지 않다. 해외법인 소속 직원들은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다.
한진해운에서 19년 동안 일했던 선장 A 씨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컨테이너선 선장이 하루아침에 백수가 됐다. 계약직 일자리도 없다"며 한숨지었다. 5년 차 일등항해사 B 씨도 "하선한 지 석 달째 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영업 파트에서 일하다가 다른 해운사로 이직한 C 씨는 "옮긴 회사에서 '우리가 너희를 구제했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서럽다"고 말했다.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크다. 해운업 종사자들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는 이날 "현대상선·STX팬오션도 구조조정을 거쳐 회생했는데 한진만 망했다. 최순실에게 밉보인 탓 아니냐" "한진해운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 정부가 해운을 죽였다"는 하소연이 넘쳐나고 있다.
대량 실직은 한진해운에만 그치지 않았다. 부산항 신항 한진터미널의 일감이 줄어든 탓에 부두에서 야드 트랙터로 컨테이너를 옮기는 하역 근로자 110명이 생계 터전을 잃었다. 한진해운과 계약해 컨테이너를 수리하던 하청 근로자들도 모두 일터를 떠났다.
해운사들과 전문 연구기관들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직후 내놓은 분석에서 파산에 따른 실직자가 부산 3000여 명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1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한진해운의 주요 자산 매각 절차가 마무리된 만큼 회생절차를 폐지하고 오는 17일 파산(청산)을 선고할 예정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