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아시아 금융허브 계획 차질

부산이 아시아 해운·금융 허브로 성장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해운거래소의 설립을 골자로 한 해운법 개정안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그러나 개정안은 알맹이 없는 반쪽짜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인 김영춘(더불어민주당·부산진갑) 의원이 발의한 해운법 일부 개정안은 소관부처 의견 조회를 통해 해운시황 전문기관을 지정할 수 있는 근거는 유지됐지만,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의 반대로 재정지원 조항은 삭제됐다. 이 조항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는 해운산업 지원 전문기관의 업무 수행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다.

기재부는 해운시황 전문기관(해운거래소) 설립이 지역사업이라는 이유를 들어 재정지원 근거를 두는 것에 반대했고, 행안부는 지자체가 국가 법령에 근거가 없는 사업에 대해 운영비 등의 지원이 불가하다는 지방재정법을 들어 반대했다. 이 때문에 해운거래소 설립을 통해 해운산업을 기반으로 한 부가가치를 창출해 세계 5위권 글로벌 해양도시로 도약하겠다는 부산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동명대 우종균(국제물류학과) 교수는 "수요·공급이 일치하지 않아 치킨게임이 성행하는 해운업 특성의 몰이해로 세계 7위 한진해운을 어처구니없게 몰락시킨 정부가 선박금융지원만 해주면 해운업이 부활된다고 아직도 믿는 것 같다"며 "국적선사에 7000억 원을 선뜻 지원하면서 연간 고작 30억 원 정도 드는 해운거래소 지원을 반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해운산업이 발달하려면 해운거래소와 해사 법원·보험·금융·중개 등 해운지식산업과 같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소프트웨어가 필수"라고 주장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중국은 상하이 항이 중국 최대 항만으로 성장하자 1996년 교통부와 상하이 시가 공동으로 해운거래소를 설립해 상하이 기항 중심의 컨테이너 운임지수 등 총 10종의 운임지수를 발표하며 런던·싱가포르와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0년부터는 자회사인 상하이운임유한공사를 설립해 해상운임 파생상품 선물거래를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