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레는 표정의 여행자였지만
- 사전에 언급 자제 교육받은듯
- 사드 얘기 하나같이 입 닫아

- 인솔 여행사, 6월까지 일정 없어
- 정부 대책만 바라보며 발 동동
- 제주선 중국인 11만명 예약취소

7일 오후 크루즈선 코스타 포츄나호(10만2000t급)를 타고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한 중국인 관광객의 표정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설렘과 활기가 가득했다. 부산항을 배경으로 연신 사진을 찍거나 부산관광 안내 리플렛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얘기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금세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닫아버렸다.

한반도 내 사드 배치로 중국 정부가 한국여행 전면 금지를 예고한 가운데 7일 부산 동구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로 입국한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이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여자친구와 함께 왔다는 30대 남성은 "중국 안에서도 사드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어 얘기하기 민감한 사안이다"며 양해를 구했다. 다른 50대 남성도 취재진의 입에서 "사드…"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입을 굳게 닫은 채 손사래를 치며 대화를 거부했다.

가족여행을 왔다는 40대 여성은 "오는 15일부터 한국 여행상품 판매를 금지해 중국 내에서도 긴장된 분위기"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날 터미널을 찾은 부산관광공사 관계자는 "관광객들의 표정이나 행동을 봤을 때 특별히 부산 방문에 대한 거부감은 없는 분위기"라면서도 "모든 관광객이 사드에 대한 답변을 거부하는 것으로 봐서 사전에 사드 언급을 자제하라는 얘기를 들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입국장에 마중 나온 부산지역 여행사 직원들의 표정은 내내 어두웠다. 이날 700여 명을 인솔하는 양명여행사는 중국 정부의 한국 여행상품 판매 금지 개시일인 오는 15일부터 6월까지 모든 가이드 일정이 취소된 상태다.

이 여행사 궁석봉 현장실장은 "일개 여행사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보니 정부만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어 답답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크루즈선을 타고 부산을 찾은 1300명의 중국인 관광객은 3개 팀으로 나눠 남포동, 해운대, 면세점 등지를 둘러봤다. 지난 5일 일부 여행팀이 롯데면세점 대신 신세계면세점으로 쇼핑 코스를 변경한 것과 같은 해프닝은 없었다. 한 인바운드 여행사 관계자는 "중국인 일반 관광객은 현재까지는 쇼핑관광 코스에 대해 별다른 불만을 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의 한국 관광 금지 조처가 내려진 뒤 제주에는 11만 명이 넘는 중국인 관광객이 예약을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오는 15일 이후 입국하기로 확정됐던 예약이 취소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부산시는 아직 공식적으로 중국인 단체관광 예약 취소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사드 배치가 현실화됨에 따라 취소 사례가 속속 나올 수도 있다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