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명운이 걸린 사채권자 집회를 보름여 앞두고 핵심 채권자인 국민연금공단이 '채무 재조정'에 찬성할 것인지를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국민연금공단은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 현황 등과 관련한 추가 자료를 토대로 찬성 또는 반대 의견을 정할 방침이다. 이로써 대우조선해양은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 측이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회생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29일 "투자 기업(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기금의 가치 보전 방안과 법률적 위험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다음 달 17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 때까지 최종 입장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공단 측은 이날 대우조선해양과 해당사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경영 상태 등과 관련한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 또 31일 투자관리위원회를 열어 해당 자료를 토대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금융당국이 지난 23일 발표한 '추가 경영 정상화 방안'에 따라 다음 달 사채권자 집회에서 ▷전체 회사채(1조3500억 원)의 50% 출자전환(주식으로 전환) ▷나머지 50% 만기 연장(3년) 등 2가지 조건에 대한 동의를 채권자들로부터 받아야 한다. 재조정안이 수용되지 않으면 대우조선해양은 2조9000억 원의 자금을 못 받게 되고, 그 즉시 단기 법정관리의 일종인 'P플랜(Pre-Packaged Plan)'에 돌입한다.

문제는 국민연금공단 판단에 영향을 미칠 대우조선해양의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대우조선해양은 외부 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2016 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으로 '한정 의견'을 받았다. 이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기는 하지만, '한정 의견'을 받을 경우 한국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 지정을 받게 돼 상장폐지 수순 돌입과 신뢰도 추가 하락, 투자자 손실은 피할 수 없다. '설상가상'의 상황이 온 셈이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살리기'를 위해 국민연금공단 설득에 직접 나서기로 했다. 산은 실무진은 대우조선해양의 재무 상태를 실사한 회계법인 관계자들과 함께 30일 국민연금공단 측에 경영개선 계획과 채무 재조정의 적정성을 설명한다.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사장도 이날 자신의 급여 전액을 반납하겠다고 선언했다. 정 사장은 "사생결단의 각오가 필요하다"며 임직원들의 고통 분담을 호소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대우조선해양 사태 일지

·1999 대우그룹 워크아웃, 대우중공업 조선서 분리

·2001 공적자금 2조9000억 투입

·2008 산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시도

한화,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2009 한화, 우선협상대상자 자격 박탈

·2015 1분기 8년 만에 적자 기록· 2분기 3조 원대 영업손실, 분식회계 의혹

산은-수출입은, 4조2000억 원 추가지원 결정

·2016 다시 유동성 위기

·2017 2조9000억 추가 지원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