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학, 베트남 주류공장 인수
- 말레이·필리핀도 공략 계획
- 삼성전자 인도공장 확장 나서
- 롯데도 베트남 에코시티 개발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탈피해 인도와 베트남 등지로 신시장을 개척하려는 우리 기업의 발걸음이 최근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성장 잠재력과 풍부한 인적 자원을 갖춘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를 '새로운 개척지'로 보고 선제적 투자를 통한 판로 확대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여기에는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을 피해 투자 대상 국가를 다각화하겠다는 전략도 담겨 있다.

무학그룹 최재호(오른쪽) 회장이 베트남 주류회사 '빅토리'의 팜 듀이 단 회장과 인수 협약을 맺은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무학, 베트남 등 공략 본격화

9일 재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를 향한 국내 기업의 투자 및 사업 확장은 자산 규모나 업종 등을 불문하고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부산 울산 경남을 기반으로 한 주류업체 무학은 동남아 공략을 위한 첫 국가로 베트남을 선택했다. 이 업체는 지난 8일 현지 주류회사인 '빅토리'를 인수했다. 국내 주류 기업이 동종의 해외 업체를 인수한 것은 처음이다.

무학의 이번 결정은 최근 베트남이 동남아에서 경제 활동이 가장 활발한 국가 중 한 곳으로 급부상한 데다 동남아 젊은 층이 한류 바람을 타고 주류 소비의 주요 계층으로 떠오른 것과 무관치 않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동남아 국가로의 소주 수출량은 5717t으로, 3년 전인 2013년(3592t)과 비교해 59.1%나 늘었다.

여기에 국내 주류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것과 중국 내 한국 제품 불매운동이 계속되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무학 관계자는 "베트남을 거점으로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등지를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도 2020년까지 베트남에 자사 브랜드 매장 10곳을 열어 프랜차이즈 형태의 판매 기반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베트남 생선 가공업체인 '민닷푸드'를 150억 원에 인수했다.

■ 동남아 새로운 수익 모델 기대

신종균(오른쪽 두번째)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이 지난 7일(현지시간) 인도 당국의 관계자들과 현지에서 자사의 신규공장 착공 행사를 갖고 있다.

인도 시장 공략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13억 명의 인구 대국'인 인도가 풍부한 인적 자원을 갖춘 데다 성장 잠재력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7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7.3%로 전망됐다. 이는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3.5%)보다 배 가까이 높은 것이다. 또 중국(6.6%) 미국(2.1%) 유로존(1.8%) 일본(1.4%) 등 경제 선진국과 비교해 최대 5.2배나 높다.

삼성전자는 인도 북부 노이다에 있는 자사 공장의 부지를 현재 12만 ㎡에서 24만 ㎡로 확장한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지난 7일(현지시간) 인도 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착공식을 개최했다.

이번 공사에는 8600억 원이 투입된다. 공사가 완료될 경우 현지에서의 삼성전자 휴대전화 생산량은 월 500만 대에서 1000만 대로, 냉장고는 월 10만 대에서 20만 대로 늘게 된다. 기아자동차는 11억 달러(1조2358억 원)를 투입해 인도 아난타푸르 지역 216만 ㎡(65.5만 평) 부지에 연 30만 대 규모의 완성차 생산 공장을 2019년 하반기까지 건설한다.

중국발 '사드 보복'에 피해를 본 롯데는 자사 사업이 특정 지역에 쏠리지 않도록 판로를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롯데는 올해 하반기 베트남 법인을 설립해 현재 진행 중인 '에코스마트시티' 개발 사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 사업은 베트남 호찌민시 신도시 지구에 10만 ㎡ 규모로 백화점 쇼핑몰 호텔 등 상업·주거시설을 짓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기업들의 '탈(脫)중국' 전략은 사드 보복에 따른 피해 최소화와 신시장 개척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것"이라며 "동남아시아가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