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시장 안정화 전망 속
- 분양·재고 아파트 시장 급랭
- 기존 아파트 매매가 하락할 듯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강남, 세종시와 함께 전국적인 부동산 활황세를 이끌었던 부산에는 어떤 파문이 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분양권 전매제한, 청약자격 요건 강화 등으로 청약 경쟁률이 하락하고 이 같은 분위기가 기존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본격적인 안정화로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으나 그 정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특히 청약조정지역 ‘핀셋 규제’로 풍선효과가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부산은 전국적으로 분양권 전매 거래가 가장 활발한 지역으로 꼽힌다. 영산대 주택·도시연구소가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월별 거래원인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부산의 아파트 분양권 전매비율은 22.3%로, 전국 평균 14.9%보다 크게 높았다. 이에 따라 억대의 웃돈(프리미엄)이 형성되고 기존 아파트 가격까지 견인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는 인근 아파트 시세에 따라 정해지는 분양가를 다시 끌어올리는 악순환 고리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분양권 전매가 제한되면 청약 시장이 식을 가능성이 크고 내년 이후 입주물량도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입주물량이 많은 지역부터 가격 하락이 시작될 수 있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분양권 전매가 제한되면 분양 시장 침체가 예상되고 재고 아파트 시장 침체와 맞물리면 시장이 급격하게 냉각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솔렉스마케팅 김혜신 부산지사장은 “청약조정지역은 전매제한과 더불어 청약자격 강화, 가점제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시장 이탈이 본격화돼 경쟁률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양도세 가산으로 투자가치가 줄어들어 기존 아파트 매매가도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시장 안정세가 확연하게 드러나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특히 풍선효과는 여전히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청약조정지역은 전매제한 기간이 6개월로 비교적 짧은 데다 청약자격제한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아파트 대체재로 주목을 받던 오피스텔마저 철퇴를 맞은 만큼 갈 곳을 잃은 투자자들이 비교적 규제가 덜한 비청약조정지역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동의대(부동산금융·자산경영학과) 강정규 교수는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이 안정세로 접어들긴 하겠으나 지금의 청약열기를 한번에 잦아들게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분위기를 보고 풀어주더라도 투기과열지구지정 등 더욱 강한 규제책을 도입하는 게 마땅했다”고 지적했다.

영산대 서정렬(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책에 따른 실질적인 규제보다는 심리적인 위축을 가져오는 측면이 크다”며 “오피스텔 시장의 풍선효과를 막긴 했으나 또 다른 틈새를 찾아 다른 형태의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규제책으로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가능성이 큰 만큼 주택 업계에서는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지역 주택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다음 해에는 경기가 안 좋을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계속 활황세를 이어갔는데 이번 조치가 적용되면 청약경쟁률이 크게 떨어지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 같다”며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내년 사업계획을 세워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