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한진이 남긴 교훈] 금융논리로 오판…해운보국 토대 잃고 썰물처럼 밀려나

  • 이흥곤 기자
  •  |   입력 : 2017-08-29 20:13:54
  •  |   본지 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몸집키우기’ 세계적 추세
- 日·대만은 실천, 한국은 외면
- 글로벌 대형화 흐름에 역행
- 경쟁력 강화 ‘공허한 외침’
- 국적선사 선복 늘려야 생존

국적선사 한진해운은 지난해 8월 31일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 이듬해 2월 최종 파산 처리됐다.40여 년간 글로벌 선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우리나라 해운산업을 떠받쳐 온 세계 7위 국적선사가 해운 특성을 모르고 금융논리만 고집해온 금융당국자와 채권단의 오판과 해양수산부 관료들의 무대책 속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해운산업 구조조정을 총괄했던 금융위원회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직후 컨테이너 선박과 물류 네트워크, 인력 등 핵심자산을 또 다른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에 넘겨주고 경쟁력을 최대한 보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글로벌 물류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해 11월 부산항만공사 회의실에서 열린 한진해운 사태 관련 세미나에서 세계적인 해운물류분석관인 덴마크 씨인텔의 CEO 앨런 머피 씨가 한진해운 사태가 주는 교훈에 설명하고 있다. 이흥곤 기자
■한진해운 법정관리는 최악의 선택

실제 두 달 뒤인 11월 부산에서 열린 ‘부산국제항만콘퍼런스’에 참석한 세계적인 해운물류분석기관인 덴마크 씨인텔의 최고경영자 앨런 머피 씨는 “누가 잘못했는지는 모르지만 채권자로선 최악의 선택을 했다”며 “정기 원양선사를 이렇게 파산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한진해운 사태가 주는 교훈”이라고 말했다. 머피 씨는 이어 “현재 선복량을 고려할 때 앞으로 세계 해운시장을 주도할 선사는 8개 정도가 적정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영국의 해운물류분석기관인 영국 드류어리의 팀 파워 이사도 같은 날 “현재 상위 15위권 선사들이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데, 왜 한국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만 그런 기회를 놓쳤냐”고 오히려 되물었다.

한진해운 사태 1년이 지난 지금, 한국 해운업은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변방으로 밀려났다. 한 물류전문가는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글로벌 전문가들이 M&A(인수합병)로 인한 몸집 불리기가 정답이라는 쪽집게 과외를 했는데도 정부는 이 점을 간과해 결과적으로 1년간 표류를 계속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내 한 해운물류 전문가는 한진해운 파산은 선사의 대형화라는 글로벌 흐름에 역행한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해외 선사들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대형화를 가속화했다. 규모가 크고 정기노선이 많을수록 화주들을 상대로 한 운임협상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쪽집게 과외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라이벌이자 선복량(적재용량)이 비슷한 선사를 보유한 일본과 대만이 먼저 실천했다.

한진해운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일본정부는 한진의 법정관리 신청 두 달 만인 지난해 10월 말 3대 원양선사인 NYK(60만70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 MOL(51만2999TEU) K-라인(36만8000TEU)을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8개월여 만인 지난달 초 합병을 마무리하고 단숨에 세계 6위권 선사로 발돋움하며 중복 노선들의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선복량이 43만6000TEU 수준인 현대상선의 3.4배로 커졌다.법정관리 신청 전 한진해운 선복량은 61만7000TEU였다.

대만정부도 지난해 11월 원양선사 양밍(58만5000TEU)이 적자가 누적돼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해운업에 2조2000억 원을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해운업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해 양밍을 살렸다. 하지만 실적이 기대치에 못 미치자 최근 또 다른 선사인 에버그린(104만5000TEU)과의 합병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복 안 늘리면 해운 회복 공염불

부산항만공사 사옥 로비에는 한진해운의 모형 컨테이너선은 사라지고 현대상선(사진 ①)과 머스크의 모형 컨선(사진 ②)만 전시돼 있다. 한진해운 모형 컨선(사진 ③)은 현재 부산신항 3부두 한진터미널(HJNC) 건물 1층 로비에 남아 있다. 국제신문DB
글로벌 선사들의 몸집 불리기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세계 1위 덴마크의 머스크는 현재 함부르크쉬드를 인수하기 위해 작업 중에 있고, 중국의 국영기업인 코스코도 또 다른 국영기업인 CSCL과 합병 이후 ‘빅4’에 이름을 올렸다.

앞으로 글로벌 해운시장은 선복량이 100만TEU 이상인 7개 선사가 시장을 주도하는 새 체제가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국적선사인 현대상선과 SM상선이 최근 부산항에서 처리하는 물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지만 선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한진해운의 공백을 메우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 한국은 한진해운 사태 이후 지난해 10월 정부가 내놓은 ‘해운업 경쟁력 강화 방안’과 최근 발표한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 방안 그 어느 곳에도 국적선사들의 M&A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이동현 평택대(국제물류학과) 교수는 “ 해운산업이 앞으로 회복하려면 한진해운을 대체할, 외국선사들이 부산항에서 눈치를 볼 정도의 강력한 국적 원양선사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인수합병을 유도하는 정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흥곤 기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5. 5[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6. 6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7. 7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8. 8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9. 9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1. 1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9. 9[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3. 3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4. 4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5. 5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8. 8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9. 9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9일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2. 2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3. 3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4. 4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5. 5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6. 6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7. 7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8. 8“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9. 9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10. 10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8. 8‘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커피도시 부산 '카페 열전'
커피향 가득한 미래 작가들 ‘사랑방’
600조 SMR시장 부산이 선점한다
SMR 인허가 심사기준 2032년께 마련? 골든타임 놓칠판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