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1년 전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부산항에서 처리하던 환적화물 중 30만 개가 이탈했고, 1만 명의 실업자와 3조 원의 운임 손실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7일 ‘한진해운 사태의 반성과 원양 정기선 해운 재건 방안’ 보고서를 통해 한진해운의 파산은 일차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 계속된 해운경기 침체를 극복하지 못한 기업경영의 실패로 인한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정부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국민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우선 한진해운의 물동량 대부분을 외국선사들이 흡수했고 그로 인해 약 3조 원의 운임수입이 증발했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선박과 터미널을 매각해 한진해운 파산과 더불어 우리 해운산업의 역량 자체가 후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진단했다.이로 인해 국내 화주들은 미주항로에서 일본 화주보다 최소 500달러 이상 운임을 추가로 부담하는 불이익을 당했다. 유럽 항로는 지난 4월 해운동맹 재편으로 현대상선의 선박들이 철수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이 오히려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영향으로 우리나라 수출입 기업의 무역활동이 위축되면서 실업자 규모는 1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했다.
부산항 환적화물은 지난 3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이전 부산항에서 처리했던 100만 개 중 지금까지 부산항으로 돌아온 것은 60~70%에 그쳐 연간 30만 개가량이 이탈한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한국 해운산업 재건을 위해선 한진해운 파산으로 사라진 60만 개 이상의 선복량(선박의 적재공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정기선 업계에서 국적 선사가 최소한의 역할을 하려면 최소 100만 개는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8월 말 기준 현대상선과 SM상선의 선복량은 각각 35만3000개, 5만1500개에 불과하다.
KMI 김태일 해운정책연구실장은 “한진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앞으로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을 통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확보, 국적 선사들의 동맹체인 KSP를 통한 항로 합리화, 선박 투자 주체 다양화 등 정부 차원에서 육성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흥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