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상의수뇌부·한국노총 만남
- 통상임금 등 현안 의견 나눌 듯

최저임금 인상과 ‘통상임금 패소’ 등으로 시름이 깊어진 재계가 최근 노동계와 잇달아 회동을 갖고 각종 현안을 푸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그간 재계와 노동계는 고용·노동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의견을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만 달려 왔다. 따라서 새 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된 양 측의 ‘스킨십’이 고질적인 노사 갈등을 해소하는 단초가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은 12일 서울 세종대로 상의회관에서 취임 인사차 방문한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과 노동 분야를 포함한 경제 현안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번 회동은 지난 30년간 민주노총 등을 거치며 대표적 노동계 인사로 분류돼 온 문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재계의 ‘맏형’으로 부상한 대한상의 수장과 직접 머리를 맞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박 회장은 “우리 경제가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노동 분야의 변화와 노사정 협력, 사회적 합의 등이 필요하다”며 “대한상의도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노동계와) 적극적으로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도 “(새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의 첫 출발은 원활한 노사 관계”라고 강조했다.

13일에는 대한상의 수뇌부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간 회동이 이뤄진다. 올해 1월 취임한 김 위원장이 대한상의를 8개월 만에 인사차 방문하는 것이다. 비록 뒤늦게 성사된 만남이지만, 노동계를 대변하는 한국노총 위원장이 대한상의를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노사 관계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박 회장은 김 위원장과의 회동에도 직접 참여한다. 따라서 통상임금 문제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문제 등 노사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린 주요 현안들을 놓고 양측 간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재계의 스킨십 확대를 놓고 “고용·노동 정책의 급진적인 변화로 경영 위축 등을 우려하는 사용자 측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목소리가 커진 노동계를 일정 부분 견제하고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히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재계는 ‘새 정부에 반기를 든다’는 역풍을 우려해 반대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지 않았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