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억 인구 ‘포스트 차이나’ 눈독
- 코트라·중기중앙회 현지 상담회

중국의 경제 규제를 이기지 못한 롯데마트가 현지 사업 철수를 결정한 이후, 인도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한 협력체제 구축 움직임이 우리 정부와 재계에서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중국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위 ‘포스트 차이나’(제2의 중국)로 급부상한 동남아 시장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인도(12억8000만 명)를 포함한 동남아 주요 9개 국가의 인구는 무려 20억 명에 달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ASEAN) 경제장관회의에서 인도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21일 현재 인도 뉴델리에서는 코트라(Kotra)와 함께 사흘간(20~22일)의 일정으로 ‘2017 한국우수상품전’을 진행 중이다. 이 상품전은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특히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인도 시장 진입을 돕기 위한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이날 베트남 호찌민에서 국내 기업과 현지 바이어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비즈니스 상담회’를 열었다.

중국 ‘사드 보복’의 최대 피해 주체인 재계도 동남아 시장 공략에 총력을 쏟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이날 수레쉬 프라부 신임 인도 통상산업부 장관을 초청해 비즈니스 간담회를 열었고, 이에 앞서 지난 6월에는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에서 인도 재무장관과 포럼을 갖고 양국 간 경제협력을 강조했다.

정부와 재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동남아 시장의 노동력과 성장 잠재력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동남아 8개국(인도네시아·베트남·미얀마·태국·라오스·말레이시아·필리핀·캄보디아)의 인구는 6억4000만 명에 달한다.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인도 인구까지 포함하면 20억 명에 육박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5월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를 보면 2015년 55위였던 인도의 순위는 2016년 39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연 7%대를 유지하고 있는 인도의 높은 경제성장률이 반영된 결과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피해를 본 이후 “이제는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외친 국내 기업들의 목소리도 정부가 동남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것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