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아파트 VR, 견본주택 대체
- 기업 비용절감·고객 만족 향상

- 금융사는 전자·이통사와 연합
- 가전제품에 뱅킹서비스 결합
- ICT 기반 경영 패러다임 변화

- 부산은 산업구조 탓 대응 느려
- 4차 산업혁명 선도 전략 수립

가전제품을 제조·판매하는 IT 기업이나 은행·증권사 등 금융사는 자신들이 영위하는 업종은 서로 달라도 이익 창출을 위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사업 방식이 있다. 바로 비용 절감과 고객 만족도 제고다. 금융사는 영업비용을 줄이기 위해 챗봇(Chatbot ·채팅하는 로봇)을 도입하고, 고객에게 편리함을 주고자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한다. IT 기업은 가상현실(VR)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해 자사 제품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인다. 이들 모두 융·복합 정보통신기술(ICT)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 19일 서울 상암동에서 진행된 ‘코리아 VR 페스티벌 2017’에서 한 관람객이 가상현실(VR) 기기를 통해 가상의 아파트 내부 모습을 보고 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은 기업들의 경영 패러다임까지 바꾸고 있다. 가전·금융 등 일상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ICT를 접목시켜 기업 이미지 제고와 비용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것이다. 본지는 창간 70주년 기획시리즈 ‘눈 앞에 온 미래, 4차 산업혁명 시대’ 세 번째 순서로 실생활, 특히 가정에서 보편화될 미래형 기술과 금융사들의 ICT 도입 현황, 이를 통한 경제적 기대효과와 부산의 준비 상황 등을 알아봤다.

■보편화 단계 접어든 4차 산업 기술

#1. VR 기기를 머리에 쓰자 3D(3차원)로 구현된 가상의 아파트 내부 모습이 눈 앞에 펼쳐졌다. 양손으로 컨트롤러를 작동시키자 집안 바닥과 벽면의 색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아이콘이 나타났다. 가구 배치뿐 아니라 식탁 의자의 재질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이 플랫폼을 개발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아파트 모델하우스 등을 대체하는 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정교하게 그려진 영화 ‘아이언맨’의 마스크 이미지를 3D 프린터에 입력하자 영화에서나 봤던 그 마스크가 똑같이 출력돼서 나왔다. 결과물은 문구점에서 판매하는 모조품 수준이 아니었다. 다른 점이라고는 눈에서 나오는 불빛이 없다는 것뿐이었다.

최근 수도권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트렌드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행사가 잇달아 열렸다. 지난 13~16일 경기 일산에서 개최된 ‘2017 로보월드’와 16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상암동에서 진행된 ‘코리아 VR 페스티벌 2017’이다.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한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주최 행사가 연속으로 열린 것도 이례적인 일이지만, 행사장 내에 전시된 ICT 제품은 기자를 포함해 직접 체험에 나선 관람객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자사의 ‘카트 로봇’(Cart Robot)을 2017 로보월드에 출품한 업체 대표는 “조금 앞서가는 고객들은 ‘4차 산업혁명이 이미 보편화됐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도) 이 같은 고객 니즈(요구사항)에 맞춰 사업 전략을 짜고 있다”며 “이는 기업의 인지도 제고와 매출 증가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금융권+ICT 업계’ 합종연횡 활발

	‘코리아 VR 페스티벌 2017’에 전시된 로봇 기능을 갖춘 자동화 카트(Cart).

업체들의 경영 패러다임 변화는 금융권에서 더 두드러진다. 인터넷 전문은행 등 핀테크(Fintech)뿐 아니라, 전자 관련 기업이나 이동통신 업체가 자사의 사물인터넷(Iot)과 AI 등의 기술을 앞세워 금융사들과 손을 잡는 ‘합종연횡’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와 SK텔레콤이 20·30세대를 겨냥해 지난 4일 출시한 생활금융 플랫폼 ‘핀크’(Finnq)가 대표적인 사례다.

핀크는 AI 기반 챗봇과 금융거래 내역을 집계·분석하는 프로그램이 결합된 서비스다. 가령 “이번 달에 카드 얼마나 썼어”라고 챗봇에 물어보면 “9월 1일부터 10일까지 32만 원을 사용하셨어요”라고 답한다. 이 서비스는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응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우리은행도 지난 12일부터 계좌정보 확인 등이 가능한 ‘우리 홈 IoT 뱅킹’ 서비스를 삼성전자 패밀리 허브 냉장고에 제공 중이다.

신한은행은 대출 관련 상담 및 비대면 대출 심사에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시스템을 도입했고, 농협·기업·국민은행 등도 ‘로보어드바이저’(AI 자산관리 서비스) 상용화 테스트를 마쳤다. BNK금융그룹은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부산 강서구 미음산업단지에 ‘IT센터’를 건립 중이다. 이에 앞서 오는 11월 19일에는 전산 이전 작업이 마무리된다.

■부산도 ‘4차 산업혁명 선도’ 시동

	3D 프린터로 출력된 결과물이 지난 15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된‘2017 로보월드’행사장 내에 전시돼 있다.

업계를 불문한 상당수 기업들이 ICT 개발이나 도입에 힘을 쏟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술의 발전 속도와 수요 등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국내 IoT 이용자 수는 2014년 말 347만 명에서 지난해 말 539만 명으로 55.3% 급증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IDC의 자료를 보면, 글로벌 VR 및 AR(증강현실) 시장 규모는 올해 114억 달러(12조9000억 원)에서 2021년 2150억 달러(242조7000억 원)로 무려 19배나 급증할 전망이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IoT 기반 스마트홈 구축과 AI 음성인식 스피커 제작에 힘을 쏟는 것도 이 같은 수요 때문이다.

부산의 경우 BNK금융그룹이 4차 산업혁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정도를 제외하고는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중후장대’ 산업을 중심으로 한 지역의 경제 구조와 현저히 부족한 ICT 기업 등 제반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부산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매출액 기준 전국 1000대 기업 중 부산의 IT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부산시는 ‘2017 ITU 텔레콤 월드’를 계기로 4차 산업혁명의 선도 도시로 올라서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울산에서도 ‘한국 3D 프린팅 사용자 협회’가 지난 15일 출범하는 등 ICT 발전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