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인들 대화 불발에 아쉬움
국내 경제계가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의 경제 협력과 교역 활성화 등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의 ‘무역적자 해결’ 등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에 당혹감을 드러내며 우리 기업을 향한 추가 통상압력 가능성을 우려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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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찾은 7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원에 반미·친미 단체들의 트럼프 대통령 비판·환영 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재계에 따르면 양국의 경제 현안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자국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는 종전 입장이 바뀌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공동으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양국 교역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한미 FTA에 대해서는 “성공적이지 못했고 미국에는 좋지 않은 협약”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또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을 겨냥해 “(미국의) 무역적자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최근 미국 당국이 한국산 세탁기와 반도체 등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 발동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과 맞물려 국내 경제계에 큰 실망감을 주고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한미 간 통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무역 문제를 노골적으로 언급했다”며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세이프가드 발동의 최종 결정 권한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양국 간 경제 동맹은 더욱 확고해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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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양국 퍼스트레이디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7일 청와대 녹지원을 산책하다 한미 어린이 환영단이 선물한 책을 들고 웃음짓고 있다. 연합뉴스 |
애초 재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을 내심 기다려 왔다. 양국 경제계의 입장 차를 좁히는 계기로 삼아 한미 FTA 개정 협상 등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통상 현안을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게 됐다.
일본과 달리 국내 기업인들과 트럼프 대통령 간 별도 행사가 진행되지 않은 것도 재계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일본 도쿄 미국 대사관에서 일본 기업의 주요 경영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비록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 간 무역이 공정하지 않다”며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지만, 양국의 경제 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는 점만으로도 한국과는 비교된다.
국내에서는 애초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간담회 개최를 추진했으나 물리적인 시간 등에 제약을 받아 최종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정·재계 인사 120여 명이 참석한 청와대 공식 만찬이 주요 그룹 관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유일한 행사였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내 경제계의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전달하려 했으나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