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국적 초월 메이커 160명
- 창업 구상 반짝이는 제품 전시
- 최신 트렌드 사업화, 정보 공유
- ‘반상회 ’열고 네트워크도 다져

전국에서 활동하는 유명 메이커(Maker)들이 부산에서 처음 한자리에 모였다.

19일 부산 기장군 국립부산과학관에서 열린 ‘제1회 헬로 메이커 부산’에 참가한 심프팀(오른쪽)이 아이들과 함께 LED광선검 체험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국립부산과학관. 전국에서 모인 160여 명의 메이커가 ‘제1회 헬로 메이커 부산’에 참가해 자신의 아이디어 작품을 전시했다. 거울에 날씨 시간 텍스트 등이 뜨는 ‘스마트 미러’부터 집적회로(IC)로 만든 ‘미세먼지 측정기’까지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이 쏟아졌다. 스마트 미러, 폐오븐 오디오 등을 만들어 참가한 서울 영등포고 한규범(18) 군은 “고등학교 입학 후 처음에는 재미로 메이커 활동을 시작했다. 메이커로 활동하며 안 쓰는 오븐으로 오디오를 만들었는데 인텔 관계자가 투자 관심을 나타냈을 때 짜릿했다”며 웃었다.

이날 박람회에 앞서 지난 18일 오후 전야제인 ‘전국 메이커 반상회’가 열렸다. 그동안 박람회 등 행사는 많았지만, 전국에서 활동하는 메이커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60여 명의 메이커는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서로 인사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등 인적 네트워크를 쌓았다. 서울 경기 전라 경상 등 국내 활동 메이커와 일본과 중국에서 온 메이커도 참석했다. 중학생부터 일흔 살 할머니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인천에서 활동하며 방송 출연으로 유명해진 ‘심프팀’도 미세먼지 측정기 등을 가지고 부산을 찾았다. 심프팀은 DIY(Do It Yourself) 제품을 만든 뒤 자체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서 공유하고 있다. 심프팀 이동호 팀장은 “페이스북에 뜬 반상회 행사를 보고 부산을 방문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가 만든 제품이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고령 참가자인 박수자(여·70) 씨도 3D 펜으로 만든 화투 등을 가지고 이번 행사를 찾았다. 동명대에서 경영학 교수로 강단에서 활동하다가 은퇴한 박 씨는 2015년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에서 210시간 동안 메이커 수업을 들었다. 박 씨는 “우연히 한 행사를 찾았다가 3D 프린터를 봤는데 ‘이거다’ 싶었다. 주로 아트 메이커로 활동하는 데 정말 재밌다”고 말했다.

중국 선전에서 이번 행사를 위해 부산을 찾은 메이커 스튜디오 ‘리치랩’ 러닝 디렉터 주유상(여·27) 씨는 “중국에서는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메이커 수업을 듣는다. 어린아이들이 대단한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재미로 메이커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메이커는 말 그대로 무엇인가를 ‘만드는 사람’이란 의미로 스타트업이나 창업 전 단계라 볼 수 있다. 빠르게 변하는 소비 트렌드와 1인 제조 환경 확산으로 아이디어가 곧 새로운 산업으로 연결되는 최근 시대 흐름에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된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민간에서 이미 메이커의 자생적인 생태계가 형성됐다. 2014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오늘의 DIY가 내일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늦었지만,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일 일반인 메이커 교육·체험을 위한 일반 랩과 전문메이커 활동을 위한 전문 랩 등 메이커 스튜디오 367개소를 2022년까지 확보하는 ‘한국형 메이커 스페이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