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자구책을 마련 중인 삼성중공업이 최고경영자 교체라는 인적 쇄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새 수장 체제에서 사업 전반의 체질 개선을 통해 조직 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신임 대표이사로 조선소장인 남준우(59·사진) 부사장을 승진 내정했다고 11일 밝혔다.

부산 혜광고와 울산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남 신임 사장은 1983년 삼성중공업에 입사 후 선박개발 담당, 시운전 팀장, 안전품질담당, 생산 담당 등을 두루 역임하며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조선 전문가다. 지난 5월부터 조선소장을 맡아 생산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내년 1월 26일에 열리는 임시주총과 이사회를 거쳐 사장으로 취임한다.

남 사장은 “생산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 사업 전반의 체질을 조기 개선하고 위기에 처한 삼성중공업의 재도약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사장 교체에 따라 부사장 이하 2018년 정기 임원인사도 조만간 마무리할 예정이다. 후속 인사에서도 대규모 물갈이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내년까지 계속될 한파를 견뎌내려면 구조조정 등 강도 높은 자구안 이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6일 올해와 내년까지 대규모 적자가 이어질 것이란 ‘커밍아웃’을 했다. 이날 자금 조달을 위해 1조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과 함께 다음 달 열리는 임시주총 안건으로 신임 사내이사 선임건이 공시되면서 최고경영자 교체가 예견됐었다.

현 대표이사인 박대영 사장은 경영부진에 대한 책임과 후진에 기회를 준다는 뜻에서 사임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2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 온 박 사장의 사임에는 내년까지 예상되는 경영부진과 ‘60대 이상 퇴진’이라는 삼성그룹의 최근 인사 기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