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가상계좌 발급을 중단하자 일부에서는 ‘벌집 계좌’를 편법으로 운영해온 것이 드러났다.

(사진=연합뉴스)

일명 ‘벌집 계좌’란 법인계좌 아래 수많은 거래자의 개인계좌를 두는 방식이다. 법인계좌에 1번부터 100만번까지 일련번호를 줘 특정인 명의의 계좌를 운영한다.

일부 후발 거래소는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7~12월중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된 가상계좌 신규발급을 중단하자 편법으로 법인 계좌를 변형해 가상계좌를 운영했다. 벌집계좌는 엑셀이나 파일 형태로 저장해 관리한다. 이에 따라 오류를 낼 가능성도 크고 해킹 사고에도 취약하다. 자금도 개인이 아닌 법인 소유다. 이들 계좌는 실명 확인 절차도 미흡해 자금세탁 용도로 활용됐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은 법인의 운영자금 계좌로 위장한 가상통화 거래 가상계좌(벌집계좌)에 대한 징후를 파악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 측은 “벌집계좌는 자금세탁 소지는 물론 해킹 등 상황 발생 시 거래자금이 뒤엉키는 등 사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코인원(coinone)은 지난달 중순까지 가상화폐 마진거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이 서비스는 회원들이 최장 1주일 뒤의 시세를 예측해 공매수 또는 공매도를 선택해 결과에 따라 돈을 잃거나 따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현행 형법상 재물을 걸고 우연한 승패에 의해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행위는 도박으로 간주된다.

국내 3위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원을 상대로 불법거래 여부를 파악중인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마진거래 경험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조사를 받은 회원들은 대부분 “거래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라 불법인지 몰랐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입장에선 도박장을 개장했다는 혐의로 코인원 관계자들은 처벌하면서, 정작 이번 사건에서 도박한 주체가 되는 회원들을 처벌하지 않으면 도박 개장 사건 자체에 대한 공소유지에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팀 내부는 물론 검찰과도 협의를 거쳐야 입건자를 가려낼 수 있다”라며 “아직 회원들을 처벌할지에 대해선 결정된 내용이 없다”라고 말했다.이영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