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민·유통·가공업자도 ‘시름’
- “감척사업·휴어제 도입” 목소리

부산 시어(市魚)인 고등어의 수난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어획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평년보다 크기가 작아져 치어 남획 논란이 일고 있고 수출량은 줄고 있는데 수입량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생산자, 유통·가공업자, 부산 공동어시장, 일용직 종사자 등에게까지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18일 부산 공동어시장에는 대형선망 선사들이 동해에서 잡아 온 고등어, 정어리 11만9000여 상자(상자당 18㎏ 안팎)가 경매됐다. 이날 오전 6시에 시작된 경매부터 불만 섞인 목소리가 쏟아졌다. 수산물 가공공장을 운영하는 한 업체 대표는 “크기가 작은 고등어를 잡아 오는 날이 많아지는데, 상품성 좋은 고등어는 경쟁이 붙어 가격이 평소보다 올라가는 반면 사료용은 가격이 내려 사료업계만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고등어 평균 크기는 26~27㎝로 연도별 고등어 평균 크기인 29㎝보다 작았다. 지난해 10월까지는 고등어 평균 크기가 30㎝로 평년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급격히 작아지고 있다.

이날 고등어, 정어리 150여 마리가 담긴 한 상자 경매가는 6500원 안팎에 불과했다.

생산자들은 “우리도 큰 고등어를 잡고 싶어 인건비와 기름값 수천만 원을 들여 바다에 나가도 마땅히 갈 만한 조업 구역도 없고, 그물에 잡히는 건 작은 것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최근엔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고등어 주요 어장인 제주 해역이 수년간 고수온에 몸살을 앓았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저수온 현상이 나타나 고등어 어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매년 수출량 감소, 수입량 증가, 소비 정체 현상이 지속되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어획량(10만1072ｔ)은 평년보다 19% 감소하고 수출량(1만6926ｔ) 또한 52% 줄었는데, 노르웨이산 등의 수입량(4만2568ｔ)은 19% 증가했다.

특히 아프리카, 베트남, 대만 등지에 수출되던 저가형 고등어는 중국에 가격 경쟁력이 밀리고 있다. 노르웨이는 한국을 주요 공략 시장으로 정하고 매년 설문조사와 할인행사 등의 마케팅을 더욱 강화해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국내 시장인 롯데마트, 메가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의 생선 매출 집계에선 지난해 어획량이 크게 증가한 갈치에 밀려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40여 개의 국내 수산업종 중 대형선망만 생산금액이 대폭 감소하기도 했다.

수산업계 한 전문가는 “총체적 난국에 가까운 상황”이라며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 대규모 감척 사업과 함께 휴어제를 도입해 노르웨이처럼 고등어 씨알이 굵어지는 성어기에만 집중 조업하는 사례도 벤치마킹하는 등 질적 생산 전환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수환 기자 leesoo@kookje.co.kr

◇ 대형선망 어획 고등어 평균 크기 (단위: ㎝)    2014년 2015년 2016년 2017년  2018년 1월 평균  28.6 29.7 29.2 28.8 26.9 최소   16.9 16.1 12.0 14.0 18.0 최고  47.5 47.2 47.5 50.9 39.2 ※자료 :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