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지역 500대 기업 중 60%
- 사실상 도입 계획조차 없어
- 임금삭감 등 노조 반대로 포기
- 상급자 인사적체로 도입 후
- 한정된 직무·호칭문제 갈등도
- 정부, 지원금·인센티브 부여 등
- 임금체계 개편·조정 유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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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전경. BIFC에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한국거래소,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남부발전, 한국예탁결제원 등이 입주해 있다. 국제신문DB |
부산지역 기업의 임금피크제 도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지난해 부산상공회의소가 조사한 부산지역 기업 임금피크제 도입현황에 따르면 부산지역 500대 기업 중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곳은 응답 업체의 18.2%에 불과했다. 응답 업체의 60%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계획이 없는 이유로는 ‘근로자와의 합의 어려움’(29.1%)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부산지역 A기업은 2016년부터 임금피크제 도입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임금삭감과 그로 인한 근로의욕 저하 등을 우려한 노조의 반대로 흐지부지됐다.
A 기업 관계자는 “고령 근로자 비중이 낮은 데다 노조까지 반대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무기한 연기했다”고 말했다. A 기업의 사례처럼 임금피크제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서는 노사합의를 통한 단계적 도입이 필수지만, 도입과정에서 근로자의 강한 반대로 인해 도입을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한 근로자 소득손실을 지원해주는 ‘임금피크제 지원금’은 근로자의 반대를 줄이고 임금피크제 도입 확산을 유도할 수 있어 지원기간 및 금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일자리창출에 동참하는 기업에 대한 신규채용 지원금 확대 및 각종 세제지원도 효과적인 지원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에서도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금융 공공기관의 경우 소송 수행, 채권 추심, 대출 사후 관리, 사내연수 교원 등 업무 분야에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부산에 본사를 둔 B기관은 IMF 외환위기 당시 경력직원과 신입직원을 대거 채용했다. C기관 역시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신입 직원을 대거 뽑아 현재 이들이 임금피크제 대상이 됐다.
한 직원은 “직전 부장이나 본부장이었던 임금피크제 대상자 선배들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기본적인 호칭조차 고민했다”고 말했다. 보직을 내려놓고 후배 밑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세대 간 갈등이 불거질 우려도 있다. 또 다른 기관의 20대 직원은 “정년이 20년 이상 남은 비슷한 나잇대의 직원 사이에서는 임금피크제에 대한 공감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은 경제적인 문제에도 부딪힌다. 익명을 요구한 임금피크제 대상자는 “자녀 등록금이나 자녀 결혼자금 준비 등 비용 부담이 큰 시기에 임금이 줄어들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경성대 김종한(경제금융물류학부) 교수는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의 연륜과 경험을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직무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임금피크제는 단기적인 성과를 추구하기보다는 중장기적인 전략을 세워야한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등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구에 본사를 둔 신용보증기금은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조직규모가 정체되고 인력구조상 상위직급 대상자가 증가해 인사적체가 심화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노사합의를 통해 2003년 국내 최초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만 60세까지 정년을 연장하되, 만 55세가 되는 해에 직위, 직급을 반납하고 업무지원직(별정직)으로 전환해 별도직무를 수행한다. 특화보증지원, 소송지원, 영업점 감리 등 총 15개 별도직무가 있다.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 연간보수의 250%를 임금피크제 기간 동안 단계별로 분할 지급한다.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 오계택 소장은 “현재 임금피크제 임금지급률은 급격하게 꺾이는 구조인데 초임을 높여 임금체계의 곡선을 완만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호정 김미희 기자
◇ 임금피크제의 유형 |
정년연장형 |
기존의 정년을 연장하면서 임금을 줄이는 방식 |
재고용형 |
정년퇴직 후 재고용하면서 임금을 줄이는 방식 |
근로시간 단축형 |
기존의 정년을 연장하거나 정년은 그대로 두고 정년퇴직자를 재고용하면서 임금을 줄이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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