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 “한일어업협상 지연 탓”
- 손놓은 정부 생색내기 대책만
- 내달부터 휴어기… 돈 흐름 막혀
- 은행권 자금회수 압박 거세질듯
고등어를 주로 잡는 부산의 대형선망 선사 한 곳이 한일어업협상 지연으로 인한 어획량 감소로 부도가 났다. 정부의 대책 마련은 지지부진한 가운데 다른 선사들과 관련 수산업체들도 경영난과 함께 줄도산 위기를 겪고 있어 관련 업계가 밀집된 부산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형선망 선사가 부도가 난 것은 금융위기와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었던 2008년 이후 처음이다.
2일 수산업계에 따르면 대형선망 A 선사가 이날 오후 5시까지 5억 원가량의 어음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이 어음은 부산의 선박수리업체가 청구한 것으로 지난해 연말이 만기였지만, 한일어업협상 타결 때 선사의 경영난 해소로 자금 결제가 가능하다고 보고 지난달 28일까지로 연기됐다.
하지만 한일어업협상이 지연되며 어획량이 감소하고 자금이 원활하게 돌지 않아 결국 선사가 이를 갚지 못한 것이다. 선사의 부도로 73명의 선원과 10여 명의 사무직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업계 경영난에 손을 놓고 있어 다른 23곳의 선사들도 연쇄 부도를 맞을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우선 한일어업협상의 경우 1년8개월째 결렬 상태로 한일 양국 실무진간의 이견은 좁힌 상황이지만, 위안부 합의 등으로 경색된 한일 양국 간의 관계로 최종 타결은 기약이 없다.
해양수산부가 제공하는 ‘한일어업협상 지연 피해를 입은 긴급경영안정자금 대출은 한도가 선사당 5000만 원에 불과해 연간 매출이 100억 원 안팎인 대형선망에게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또한 국회에서 수산업계 지원을 위해 지난달 20일 통과시킨 ‘연근해어업의 구조개선 및 지원에 관한 법률’도 대체어장 출어비용 지원이 주요 내용으로 러시아·대만 해역에 아예 조업을 가지 않는 대형선망 업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형선망선사 관계자는 “마련한 대책들이 대부분 생색내기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업계 경영난 소식에 시중은행과 줄도산을 우려한 선박 수리업체, 조선 기자재 업체들의 자금 회수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2~3개 선사도 부도 위기를 간신히 버티고 있는 가운데 대형선망 업계가 휴어기를 갖는 다음 달 말부터 7월까지도 자금 회수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선주들이 수산업계 최초로 올해부터 휴어기간을 2개월로 늘리고 선원들의 임금과 제반 비용 5억 원을 전액 부담하기로 했지만 해양수산부의 지원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이 기간 동안 조업 자체를 쉬기 때문에 미리 여유 자금을 확보하지 않은 선주들은 큰 위기를 맞게 될 공산이 크다.
A선사 관계자는 “부도 원인이 한일어업협상 지연으로 명백하기 때문에 법인 회생 절차를 밟아보려 한다”며 “하지만 최근에 대형선망 선사의 법인 회생 신청 선례가 없어 관련 법적 절차 지원 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수환 기자 leeso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