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산 확보 않고 어선 감척 추진
- 선사들 잇단 부도·공멸 위기감
“실속 없는 대책만 만들고 생색만 내는 해양수산부한테 바랄 게 뭐가 있겠습니까. 일부러 규제만 안 가하면 다행입니다. 수협이나 관련 기관이 법인 회생 절차 신청을 지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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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대형선망 선박들이 조업하기 위해 부산 남항에서 출항하고 있다. 국제신문DB |
지난 2일 5억 원가량의 어음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된 부산의 대형선망 A 선사(본지 지난 3일자 2면 보도)의 관계자가 뱉은 말이다. 2016년 7월 이후 현재까지 지연되고 있는 한일어업협상의 최대 피해자인 부산의 대형선망 업계가 결국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A선사의 어음은 부산의 선박수리업체가 청구한 것으로 지난해 연말이 만기였다. 한일어업협상이 타결되면 선사의 경영난 해소로 자금 결제가 가능하다고 보고 지난달 28일까지로 연기됐다.
하지만 한일어업협상이 지연되며 어획량이 감소하고 자금이 원활하게 돌지 않아 결국 선사가 이를 갚지 못한 것이다. 선사의 부도로 73명의 선원과 10여 명의 사무직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됐다. A선사는 일단 부도 원인이 한일어업협상 지연때문인 만큼 법인 회생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24곳 선사의 어선 144척 모두 부산에 선적을 두고, 수산업종 중 가장 규모가 큰 대형선망 업계는 한일어업협상 장기간 지연으로 인한 어획량 감소와 최근 유류비,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형선망 업계의 생산금액은 2011년 4196억 원을 기록한 뒤 2015년 2976억, 2016년 2727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2098억 원으로 불과 6년 사이 반 토막이 났다.
대형선망 업계는 공멸할 수 있다며 2년 전부터 해양수산부에 24곳 선사 중 4곳 정도는 감척 대상 지정을 요구했다. 업계는 선박 실거래 가격 수준의 감척액 보상을 원했지만 현재까지 예산 확보는커녕 내년도 예산 확보도 불투명하다.
이로 인해 수산업계 일각에서는 해양수산부가 알맹이 없는 정책들을 만들며 생색을 내고, 경영난 등의 사유로 자연스럽게 부도, 파산 등을 기다리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해양수산부가 제공한 ‘긴급경영안정자금 대출’은 선사당 5000만 원이 한도로 연간 매출이 100억 원 안팎인 대형선망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또한 러시아·대만 등 해역의 대체어장 출어비용을 지원하는 ‘연근해어업의 구조개선 및 지원에 관한 법률’도 운반선의 동선이 짧아야 하는 대형선망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이다.
또 다른 입장으로 대형선망 업계도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대형선망 선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유류비 등을 줄이고 어획 강도를 낮추기 위해 등선의 불 밝기도 대폭 낮췄고, 어로장 등 선원의 임금도 대폭 삭감해 선주와 선원 간의 갈등도 컸다”고 해명했다.
당초 한일어업협상 지연으로 부산의 대형선망업계와 제주의 연승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간 부산의 국회의원들은 대형선망 업계의 손을 놓은 반면 제주의 국회의원은 해양수산부를 압박하고 갈치 금어기 시행령까지 개정하는 노력으로 지난해 제주 연승업계는 20여 년 사이 최고 어획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이수환 기자 leeso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