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企 3년간 600만 원 남는 장사
- 근로자 결혼자금 등 마련 효과
- 2030세대 ‘고용 사다리’ 기대

- 일부 기업 구인난 해결 역부족
- 직원 불화·중도퇴사 등 부작용
- 일자리 매칭 정책 보완 필요

부산형 청년내일채움공제의 혜택을 보기 위해 청년 취업자들과 중소기업들이 몰리고 있다.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국비와 시비를 중소기업과 취업자에 직접 지원하는 부산형 청년내일채움공제가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해당 정책 때문에 구직자들이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으로 발길을 돌리는 지는 실제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 지원으로 중소기업의 구인난과 취업난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지난해 10월 부산시청에서 열린 한 채용박람회에서 ‘부산형 청년내일채움공제’를 홍보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중소기업 구인난 해소 ‘고육책’

부산 소재 중소기업 A사는 직원 20명의 부산형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업체 입장에서 부산형 청년내일채움공제에 직원을 가입시키면 손해 볼 것이 없다. 중소기업은 부산형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한 직원 1명당 일자리창출 명목으로 정부 자금 700만 원과 시 자금 300만 원 등 1000만 원을 지원받는다. 해당 금액으로 직원에게 3년 동안 400만 원을 지원해도 600만 원 정도가 남는다.

A사 대표는 8일 “정부 기본형과 부산형 등을 검토해서 우리 직원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직원 복지 차원에서라도 적극적으로 신청해보고 싶다. 다만 해당하지 않는 인원이 1명이라도 있으면 직원 사이의 불화가 생길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가입을 원하는 A사 직원은 “앞으로 결혼과 집 장만 등을 하기 위해서는 목돈이 필요한데 해당 혜택을 받으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난달 정부는 기존 청년내일채움공제를 강화해 청년 취업자에게 실질소득 1000만 원 이상을 지원하는 방안으로 대기업과의 중소·중견기업의 임금 격차 줄이기에 나섰다. 정부는 이처럼 한시적인 특단의 대책을 통해 구직자를 구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에 20만 개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들을 유인하면서 중소기업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결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4년간 노동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에코 붐 세대의 일자리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에코 붐 세대는 베이비 붐 세대의 자녀 세대다. 출생률이 현저하게 상승했던 베이비 붐 세대의 자식 세대인 만큼 이들이 태어난 시기의 출생률도 비교적 높다.

중소기업중앙회 김기수 부산본부장은 “이렇게라도 해서 중소기업에 청년 구직자를 찾아오게 하면 이곳에서 자리 잡으려고 하는 청년들도 분명히 나온다”고 밝혔다. 부산시 이윤재 일자리창출과장은 “이런 정책으로 인해 신입 직원과 바로 인접한 경력자들이 약간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 부분은 보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궁극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 의문

청년내일채움공제 정책의 부작용 우려도 제기된다. 지역 중소·중견기업은 무조건 돈을 퍼준다고 해서 구인난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책의 혜택에만 관심 있는 청년 취업자들도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당 혜택을 받기 위해 직장을 이직한다거나 2년 동안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사하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산 서구의 한 중견기업 B사는 청년내일채움공제에도 구인난을 겪고 있다. B사는 지난해부터 정부 기본형 청년내일채움공제를 통해 19명의 직원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3명의 직원이 갑자기 퇴사를 선언해 2년 동안 기간을 채우지 못했다.

B사 대표는 “정부 지원 혜택을 보긴 했지만, 중소·중견기업의 구인난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청년들이 중소·중견기업에 정착할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한데 무작정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은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지역 시민단체는 기업의 자생력을 강화하는 정책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경제실천시민연합 이훈전 사무처장은 “이런 정책으로 기업들이 정부에 의존해 자사의 경쟁력을 잃어버리면 곤란하다.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정책이 되긴 어렵다”며 “정부의 도움 없이도 기업이 자체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연구개발 등 기업 경쟁력 강화 쪽으로도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