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판매량에도 부정적

대내외 악재를 딛고 기지개를 켜던 국내 조선·자동차업계가 최근 가파르게 상승 중인 국제유가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상 유가 상승은 단기적으로 정유 등 일부 업종에 호재로 작용한다. 하지만 중장기 관점에서 보면 거시경제 전반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0.96달러(1.4%) 상승한 72.24달러(종가)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지난 17일 브렌트유(배럴당 80.18달러)도 2014년 11월 이후 3년6개월 만에 80달러선을 돌파했다.

국내 산업계는 유가 급등에 따른 유불리를 따지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특히 유가 흐름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한 조선·자동차 등이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과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 등 조선 대형 3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다음 달 4~8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조선 박람회 ‘포시도니아 2018’에 참석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유가 상승으로 해양플랜트 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만큼 ‘공격적인 수주전’을 펼치기 위해 강 사장이 직접 참석한다”고 설명했다. 통상 국제유가가 오르면 단기적으로 해양플랜트 발주량이 증가해 수주 회복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유가 상승으로 선박 연료 가격이 높아지면 선박을 발주하는 해운업계의 물동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선박 발주량이 줄어 조선업계가 타격을 받는다. 국제유가 상승이 마냥 달갑지 않은 이유다.

자동차업계는 우려가 더 크다. 유가가 오르면 가계의 소비 위축이 불가피하고, 이는 곧 자동차 판매량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유류비 증가는 차량 수요를 축소시킬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내외 악재로 가뜩이나 부진을 겪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완성차 업체 5곳(현대차, 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의 전체 수출 대수는 57만343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줄었다. 현대차의 주가도 지난 2일 16만 원에서 21일 14만9000원으로 7% 가까이 급락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 5월 국제유가(배럴당) 흐름 1일(이하 현지시간)  67.25달러 8일 69.06달러 15일  71.31달러 17일 71.49달러 21일  72.24달러 ※자료 : 미국 뉴욕상업거래소, WTI 6월물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