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터키발 ‘리라화 급락’ 사태로 지난 13일 패닉 장을 연출한 국내 증시가 하루 만에 반등하며 안정세를 되찾았다. 하지만 앞으로 닥칠 대내외 악재가 산적한 상황이어서 ‘터키 쇼크’를 완전히 극복해도 증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패닉’ 빠졌던 코스피 하루 만에 반등

14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46포인트(0.47%) 오른 2258.91로 장을 마쳤다. 터키의 금융위기 확산 우려로 이날 역시 하락장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됐으나, 기관 투자자들이 매수 행렬에 나서면서 다행히 상승 마감했다. 하나금융투자 이영곤 연구원은 “터키 사태가 금융시장 내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하지 않는 한 추가적인 증시 가격조정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증시의 장중 하락 폭이 축소된 것도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보인 요인으로 분석됐다. 간밤 뉴욕 증시에서는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0.5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0.40%), 나스닥 지수(-0.25%) 등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으나 낙폭은 제한적이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기관은 909억 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77억 원과 1322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삼성전자(0.22%) SK하이닉스(0.66%) 셀트리온(0.19%) 삼성바이오로직스(2.24%) 등 시가총액 상위주 대부분이 상승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29포인트(0.83%) 오른 761.94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코스닥지수의 상승세를 이끈 주체는 외국인이었다. 857억 원을 순매수했다. 기관과 개인은 각각 172억 원과 567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1.41%)와 CJ ENM(1.97%), 신라젠(3.26%) 등 시총 상위 종목 대부분이 강세를 보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0원 내린 달러당 1127.9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기록한 것은 지난 9일 이후 3거래일 만이다.

●하반기 증시 ‘가시밭길’ 우려

이날 국내 증시와 환율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으나 전망은 밝지 않다. 터키 사태가 신흥국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가 끝나더라도 ▷미중 무역분쟁 격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 인상(오는 9월 및 12월 두 차례 예상) ▷바이오업종의 불확실성 지속 ▷국내 기업들의 실적 악화 가능성 ▷국제유가 하락 등 국내 증시를 위협할 악재는 곳곳에 잠복해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올해 2분기 실적(연결기준 잠정치)을 발표한 기업 155곳 중 54.8%인 85개 업체는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른 수출 악화 가능성을 고려할 때 주요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이 뚜렷한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한금융투자 김윤서 연구원은 “펀더멘털(기초 여건) 관점에서 이익 추정치가 계속해서 하향 조정되고 있다”며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3분기 추정치도 대부분 업종에서 하향 조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터키 사태 등에서 보듯 외풍에 취약한 국내 증시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시장 선진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