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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폭염에 단골 발길 끊고, 아케이드는 되레 ‘열섬현상’…매출 줄어 고사 직전

부산 구포·덕포시장

  •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   입력 : 2018-08-23 19:31:57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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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님 대부분 시원한 대형마트로
- 일부 가게 문 닫고 휴가가기도
- 부산시상인연합회 “날씨 영향
- 점포당 매출 30% 가량 줄어”
- 전통시장 살릴 근본대책 절실

부산지역 전통시장 상인들이 폭염과 미세먼지, 혹한 등 한반도 기후변화로 고사 직전에 몰렸다. 시장 상인들은 당국의 지원을 넘어선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뾰족한 방안 마련이 어려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23일 부산 주요 전통시장 중 하나인 부산진구 부전시장은 손님이 급감해 한산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지난 22일 찾은 부산 북구 구포시장은 손님보다 상인이 훨씬 많을 정도로 한산했다. 점포 주인들은 선풍기 앞에서 TV를 보거나 옆 가게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일부 가게는 아예 문을 닫고 휴가를 떠나기도 했다.

채소류를 파는 상인 한모(51) 씨는 “날이 너무 덥다 보니 사람 구경하기도 쉽지 않다”며 “그래도 먹고살아야 해 가게 문을 열지만, 워낙 장사가 안 돼 장부를 적는 것도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폭염 이후 단골손님의 발길도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전통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사상구 덕포시장도 손님을 찾기가 힘들었다. 이곳 상인들은 주변 음식점이나 주점에서 물건을 사주는 덕에 장사를 유지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확 줄었다. 주변 대형마트에서 창고형 매장을 운영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장모(42) 씨는 “날씨가 너무 덥다 보니 요즘엔 단골손님만 찾는다”고 말했다.

부산시상인연합회는 폭염으로 전년과 비교해 점포당 매출이 30%가량 줄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렇지만 올겨울은 지난해보다 더 추워질 것으로 예상돼 여름을 나도 걱정이다. 박헌영 회장은 “매출이 정확하게 잡히지는 않지만, 지난해와 비교해서 장사가 너무 안 된다”며 “날씨 영향이 매우 크다. 냉난방 시설을 더 확충할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60대 이상의 고객들은 그나마 상대적으로 전통시장 쇼핑에 익숙한 편이다. 하지만 요즘에 이들마저도 날씨 탓에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리는 상황이다. 장인옥(여·64·연제구 거제동) 씨는 “전통시장 물건이 훨씬 싱싱하고 값도 싸다. 그렇지만 최근 무더위에 장을 보다 앓아누운 적이 있어 당분간 대형마트에서 찬거리를 산다”고 했다.

폭염에 백화점 같은 실내 쇼핑공간을 찾는 사람은 크게 늘었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7, 8월 매출은 전년도보다 10%가량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무더위에 시원한 백화점으로 피서를 오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백화점 식당가 매출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온라인 쇼핑과 편의점 매출도 늘어, 사실상 전통시장만 폭염에 매출 급감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정부와 전문가들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부산중소벤처기업청 관계자는 “직원들이 시장을 이용하도록 독려하는 정도다. 시장에 아케이드 설치가 아닌 건물을 만드는 게 유일한 해법이지만,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 구상조차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존 전통시장에 설치한 아케이드는 폭염에 더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동아대 오동윤(경제학과) 교수는 “아케이드는 뜨거운 공기가 빠져나가지 않는 ‘열섬현상’을 일으킨다. 특히 요즘 소비자들 기호가 품질보다는 쇼핑의 편의성을 더 추구하는 쪽으로 바뀌다 보니 폭염에 전통시장 매출이 크게 줄었을 것”이라며 “시장을 살리려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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