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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형 협동조합 길찾기 <3> 해외 협동조합 엿보기

마트 외 은행·주유소 등 전방위 확장… 대기업 맞먹는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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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 양대산맥 미그로·코프

- 인구 700만 중 500만이 조합원
- 식품시장 소비점유율 40% 넘어
- 한 해 매출 규모 각 30조 원대

# 성공의 비결은 자율성

- 독일 레베·스페인 몬드라곤 등
- 독립성 갖춘 지역조합 토대 성장
- 소상공인 모여 만든 협동조합
- 프랜차이즈 비해 경쟁력 있어

스위스 취리히에 거주하는 유학생 김성일(29) 씨는 식료품을 미그로(migros)나 코프(coop)를 통해 구매한다. 두 업체가 스위스 유통시장을 장악해 다른 선택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씨는 “5년 넘게 스위스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이곳을 제외한 다른 매장에서 식료품을 구매해본 기억이 없다. 스위스 친구들은 자신을 ‘미그로 키드’나 ‘코프 키드’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스위스 취리히 대형마트 ‘코프’의 매대가 자체상표(PB) 상품으로 가득 채워졌다. 이 회사와 경쟁사 미그로의 PB상품은 조합원이 직접 기획하고 생산한다. 권용휘 기자
■스위스 유통산업 협동조합이 장악

스위스 거리에는 두 간판을 단 크고 작은 매장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모두 협동조합 매장이다. 그리고 인구 700만 명 중 500만 명이 협동조합 조합원이다. 미그로와 코프의 식품시장 소비점유율은 40%가 넘는다. 이들 각각의 기업 규모는 한국의 롯데쇼핑과 맞먹는 수준이다.

미그로는 1923년 주식회사로 설립됐다가 1941년 협동조합으로 탈바꿈한 사례다. 미그로의 창업자 고트리프 두트바일러는 1925년 취리히에서 기업 미그로를 설립했다. 도매와 소매의 중간이라는 뜻을 담았다. 커피, 쌀, 설탕, 파스타, 코코넛오일, 비누를 트럭에 싣고 마을을 돌며 판매했고 유통 마진을 줄여 경쟁자보다 40%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팔아 대성공을 거뒀다. 그는 1941년 개인 소유였던 미그로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미그로는 대형마트 이외에 백화점 체인, 의류 매장, 은행, 주유소, 여행사업, 로펌 등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422개 매장, 직원 10만5456명을 두고 총매출 281억 스위스 프랑(32조4862억 원)을 올린 유통기업으로 성장했다.

미그로는 지역협동조합 10개와 한 개 본부로 구성된다. 지역협동조합은 자립 사업체로 스스로 결정 권한을 갖는다. 본부는 구매와 생산을 관리하고, 지역협동조합의 의견을 모아서 사업을 추진하는 임무를 맡는다. 지역 본부가 자체 결정 권한을 갖고, 또한 여러 위원회를 두고 공동으로 의사 결정을 한다. 미그로의 홍보 담당자 루치 베버는 “(미그로는)대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지역 조합이 각각의 독립성을 갖추고 자체 생산품을 내놓는다. 10개 조합이 단단하게 맺어진 회사로 보는 게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프는 1864년에 설립된 150년이 넘는 역사를 보유한 협동조합 그룹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2437개 매장, 직원 8만6318명을 두고 총매출 292억 스위스프랑(33조7500억 원)을 기록했다. 6개 지역위원회와 한 개의 본부로 구성됐다. 각 지역위원회는 별도 법인이 아닌 그룹의 부분 조직이다. 각 지역에서 조합원은 60~120명의 지역위원회 구성원을 선출하고, 이들 중 12명을 뽑아 집행위원회를 구성한다.

코프는 1980년을 전후해 본격적인 인수와 신규 사업 진출에 나섰다. 소매 체인점 대기업, 식료품 체인점 인수를 성사시켰다. 2002년에는 백화점 체인점을 인수하는가 하면, 화장품 브랜드 ‘바디샵’의 스위스 매장 37곳을 사들이기도 했다. 해외시장 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08년 또 하나의 거대 협동조합인 독일의 레베(REWE)그룹과 합작해 창고형 도매마켓과 음식서비스 사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소상공인 모여 대기업으로 ‘안착’

   
레베 그룹은 소상공인들이 모여 대기업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1927년 독일 쾰른에서 17명의 소상공인이 설립한 레베 협동조합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3만 명의 직원, 1만5500여 개의 매장, 500억 유로(약 70조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독일 소매시장 점유율 2위(16%)를 자랑하는 거대 소매 그룹으로 성장했다. 슈퍼마켓뿐 아니라 대형 할인점으로도 진출했으며, 가구점과 정육점, 여행사업 등으로도 사업 분야를 확장해가고 있다.

스페인의 몬드라곤 그룹은 협동조합 최고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1940년대 바스크 지방 소도시 몬드라곤의 한 신부가 난로와 라디에이터를 만드는 협동조합을 만든 뒤 노동자은행·보험회사·직업학교 등으로 사업을 넓혀 지난해 기준으로 자산 53조 원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 102개 협동조합과 7만4000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연간 매출액 150억 유로(22조5000억 원)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스페인 기업 중 상위 10위에 들 정도다. 그룹에 속한 조합들은 모두 이윤의 10%를, 조합의 금융 지원을 위해 1959년 세워진 카하 라보랄(노동인민금고)은 20%를 본부에 낸다.

몬드라곤 그룹 본부 미켈 레자미즈 대외협력 이사는 “새로운 조합 설립이나 신규 투자 재원으로 쓰인다. 그룹 직원이 60명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본부’를 추구한다. 각 조합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 장종익 교수는 ‘프랜차이즈 모델형 사업자협동조합의 발전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들 유럽 사례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고 봤다. 장 교수는 “소상공인이 모인 협동조합이 개인 소매상이나 프랜차이즈에 비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공동구매, 상품 개발, 브랜드 관리, 공동물류, 기술 훈련, 금융 지원 등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소상공인형 협동조합이 자리를 잡기까지는 외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조합원 점포를 혁신하고 그에 걸맞은 시설 투자를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자금 투입이 요구돼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분석했다.

스위스 취리히=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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