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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형 협동조합 길찾기 <5> 교육현장된 ‘학교협동조합’

학생·교사·주민 머리 맞대니… 애물단지 매점이 ‘복덩이’로

  •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   입력 : 2018-10-21 18:47:06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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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만덕고 협동조합 ‘산드레’
- 학생·지역민 운영에 적극 참여
- 매점 정크푸드, ‘유기농’ 교체
- 수익금 활용도 토론으로 결정
- 경제 생태계 공부에 안성맞춤

학생이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학교 매점에 나와 또래 학생들에게 과자와 빵, 음료를 판매한다. 잘 팔리는 품목과 안 팔리는 품목을 분석해 업체에 주문을 넣는 것도 이들 몫이다. 매달 발생하는 수익금을 어떻게 사용할지도 토론을 통해 결정한다. 수익금으로 장학금을 주는가 하면, 축제 운영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각종 방과후학교 운영비도 매점 운영 수익으로 충당한다. 학생들이 매점에 지급한 돈이 학생들에게 돌아오는 작은 경제 생태계가 만들어진 셈이다. 유럽 등 협동조합 선진국 사례가 아니다. 부산 북구 만덕고에서 지난해부터 벌어지는 일이다.
   
지난 11일 부산 북구 만덕고 매점 ‘산드레’에서 협동조합 이사진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 매점은 학생들이 운영하는 협동조합 매점으로 유기농 간식으로 매대를 채웠다. 서정빈 기자
■ 학생·학부모가 학교매점 운영

만덕고는 지난해 3월 22일부터 학교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매점 ‘산드레’를 운영했다. ‘산드레’라는 이름은 학생 공모를 통해 지어졌다. ‘산에 들에’라는 의미로 학생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매점을 뜻한다. 만덕고의 준비 기간은 길었다. 개점 전에 2년간 수차례 학생 학부모 지역주민과 함께 수차례 회의를 거쳐 학교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매점 설립을 준비했다.

협동조합은 학교매점 운영, 학생 경제교육, 학생복지, 통합교육 지원을 목적으로 구성됐다. 2016년 10월 27일 교육부 설립인가를 받고 같은 해 11월 학교매점 사업자등록을 마쳤다.

조합원은 학생 학부모 교사 지역주민 220명으로 1인당 출자금은 최소 1만 원. 만덕고 전교생이 약 650명이라는 점을 참고하면 꽤 높은 가입률이다. 조합원 중 14명이 이사진을 구성해 조합의 각종 살림을 맡는다. 특히 이사진 중 5명은 학생이 맡도록 해, 학생이 협동조합 운영에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했다.

협동조합 이사를 맡은 강경태(17) 군은 “지난해 사회적협동조합 강의를 듣고 협동조합 운영에 관심이 생겼다. 경영에 관해 관심을 가진 친구들이 많아 수익금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창업의 경험을 제공하는 쪽으로 운영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예진(17) 양은 “협동조합은 매점 운영을 넘어서 학교에서 치르는 각종 행사의 주체가 된다. 이 때문에 협동조합 이사진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꽤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만덕고는 교내에서 지난 7월에 이어 이달 말에 학생과 지역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만덕사랑나눔장터’를 연다. 협동조합은 수익금을 바탕으로 이 행사의 각종 자금을 지원한다. 행사가 열리면 학생 조합원이 낸 사업계획서를 받아 수익성을 분석해 결과를 토대로 지원금을 준다. 전부경(17) 양은 “지난 7월 행사 때는 컵빙수를 만들어 판매했다. 친구들과 주제를 정해서 부스 설계하고 재료 주문을 한다. 사업계획서를 쓰고 통과를 하면 협동조합에서 지원받는다”며 “재료비 5만 원을 들여 30만 원의 수익을 냈다”고 떠올렸다.

벌어들인 수익금은 모두 협동조합과 나눈다. 어떤 부스는 재료비도 안 나오는 경우도 있어 많은 수익을 내지는 못한다. 학생들이 실제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게 더 많아 교육 활동의 하나로 본다.

■ 애물단지에서 교육 현장으로

   
만덕고 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조합 운영과 관련한 교육을 받는 모습. 서정빈 기자
협동조합에서 매점 운영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방과후교육을 하는 데도 쓰인다. 최근 이 학교는 학생을 대상으로 방과후학교 과정으로 바리스타, 장신구 공예 과정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후 마을축제에 참가해 커피를 나눠준다. 또 수험생인 3학년 학생의 수학능력시험 응원선물을 대기도 한다. 이전까지는 학생들이 돈을 거둬서 선물을 마련했지만, 협동조합이 매점을 운영하면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그동안 학교 내 매점은 애물단지였다. 매대가 고열량 정크푸드 위주로 채워졌던 탓에 아이들이 건강식인 급식을 남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학교에서 군것질하는 나쁜 버릇을 들인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 때문에 매점의 존재 자체를 불편해하는 교사들이 적지 않은 데다 학급당 학생 수도 급감하면서 수익성도 악화해 학교 내 매점은 급감하는 추세다. 그렇지만 늘 배고플 수밖에 없는 존재인 성장기 학생을 종일 잡아 두는 학교에 간식 파는 곳이 없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않다.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이 모여 내놓은 대안이 만덕고 ‘산드레’와 같은 협동조합형 매점이다. 보통 매점 식품의 질이 낮은 건 점주들이 수익을 위해 고열량 정크푸드 제품들을 들여놓기 때문이다. 협동조합형 매장은 수익이 1순위가 아니라 유기농 등 질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 협동조합 문난이 이사장은 “유기농 제품을 위주로 판매하고, 대기업에서 생산한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을 들인다”며 “학생들이 매점 음식 때문에 급식을 안 먹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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