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불거진 공공기관 친인척 채용 비리에 대해 조사를 거쳐 고용승계 사실이 확인되면 엄벌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 내부에서 조차 개인정보 접근 한계로 조사 착수가 제대로 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김 부총리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후 기자들과 만나 “고용승계 문제에 대해 엄중히 보고 있고 그러한 사안이 발견되면 엄벌에 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선 제기된 것에 대한 사실 조사를 확실히 하고 내용을 본 뒤 조사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에서 시작된 공공기관 채용비리 파문은 여타 공공기관과 공기업으로 퍼지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친인척 특혜채용에 대해 전수조사를 할지 검토 중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관계기관 합동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대책본부를 구성, 공공기관 275 곳을 대상으로 채용비리 특별점검을 벌였다. 2013년부터 5년간 위원구성 부적절, 규정미비, 모집공고 위반, 부당한 평가기준, 선발인원 변경 등 절차상에 채용비리로 의심되는 사례를 중점으로 조사했다. 부처별 전수조사 결과 수사의뢰 23건을 포함해 총 2234건의 지적사항을 적발했다. 하지만 무더기 임직원 고용세습 사례는 밝혀내지 못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개인정보 접근 한계 때문이라고 했다. 민법에는 친족을 8촌 이내의 혈족과 4촌 이내의 인척 및 배우자로 규정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친인척 여부는 개인정보와 관련된 문제여서 당사자의 협조가 없으면 조사에 착수하기 어렵다”며 “정부 차원에서 전면적인 조사를 펼친다고 해도 정확한 결과가 나올지, 조사 결과에 대해 다수가 수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주류 종량세 도입과 관련해서는 소주와 맥주 등 서민들이 즐겨 마시는 주류 가격이 오르지 않도록 최우선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맥주업계에서 줄기차게 도입 요청 중인 종량세는 맥주 세금을 알코올 함량이나 술의 부피·용량을 기준으로 매기는 방식이다. 현재 정부는 맥주 가격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를 적용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대중주라고 할 수 있는 소주·맥주 가격이 안 오르는 것이 정책 최우선순위”라며 “맥주 종량세를 도입하면 캔맥주 가격은 내려가지만 생맥주 가격이 오른다”고 설명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01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