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특히 부산 경제의 체격과 체력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2017년에는 부산의 지역내총생산(GRDP)이 83조2987억 원으로 인천(84조594억 원)에 처음으로 뒤처졌다. 매출액 기준 전국 1000대 기업 중 부산 업체는 38곳(3.8%)에 불과했다. 비율로 따지면 5%도 되지 않는다. 합산 매출액으로 보면 더욱 심각하다. 1000대 기업 중 지역 기업(38곳)의 총매출액은 32조9968억 원으로 전국 기업 매출의 1.5%에 그쳤다.
| |  |
| 지역경제의 새로운 주역이 될 스타트업(신생기업)이 성장하려면 시제품 제작 공간 등 다양한 창업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부산 메이커스튜디오를 운영하는 팹몬스터 이동훈 대표(앞줄 왼쪽 세 번째)와 직원이 31일 시제품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공간의 활성화를 기대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부산을 창업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누구나 신선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 열정과 패기를 갖고 있다면 어려움 없이 창업하고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혹시나 창업한 후 실패하더라도 아픔을 딛고 재도전하는 여건도 조성해야 한다. 기존 국가 차원의 창업 지원에 더해 국내외 민간의 힘과 투자를 극대화하는 부산만의 역량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산이 ‘창업1번지’로서 성공할 가능성은 외부에서도 긍정적으로 본다. 130여 개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가 등록해 활동 중인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이준배 회장은 31일 “서울은 창업도시가 되기에는 이미 다 만들어지고 커진 측면이 있다”며 “부산은 기본적인 창업 관련 인프라를 갖췄다. 여기에 좀더 세심하게 지원하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창업바람과 함께 창업도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기자재산업과 자동차산업 등 두 업종에만 의존한 지역 경제는 이들 업종의 희비에 따라 출렁거려 체질이 허약할 수밖에 없다. 협력업체가 대다수를 이루다 보니 전방 산업 불황 등으로 원청업체가 휘청거리면 지역 중소업체가 줄줄이 쓰러지는 게 현실이다. 몇 년 전부터 조선경기가 급격히 침체되면서 지역 기업이 잇달아 부도와 법정관리를 맞았다. 연도별 지역기업 부도업체 수는 2015년 58개, 2016년 51개, 2017년 41개이다. 지난해는 10월 현재까지 42개의 기업이 부도를 맞았다. 자동차산업 역시 암울한 전망만 나온다. 그만큼 부산에서 일자리는 사라지고 사람도 떠난다.
산업구조 개편이 무엇보다 시급하지만 한계가 많다. 제조업 분야를 키우기에 대도시인 부산은 적절하지 않다. 비싼 땅값에다 각종 민원으로 기존 공장마저 외곽으로 쫓겨나는 상황에서 제조업 유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기업의 업종 전환 역시 녹록지 않다. 이제는 창업에서 그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국제신문은 올해 지역경제의 돌파구로 크라운드 펀딩 활성화를 제안한다. 크라우드 펀딩은 창업 내용을 공개하고 목표 금액과 모금 기간을 정해 익명의 다수로부터 소액 투자를 받는 방식이다. 부산만의 의리와 정이 담긴 ‘우리가 남이가’ 같은 정서는 다른 지역과 달리 크라우드 펀딩 활성화에 유리하다. 이런 움직임은 단기적인 성과에 치중하는 현재의 벤처클럽 중심에서 벗어나 극초기 단계부터 상장에 이르기까지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최적의 요소가 될 것이다.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