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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창업1번지로 <1> 창업 지원 이대로는 안 된다

창업펀드로는 한계…크라우드 펀딩 등 선순환 구조 만들자

  •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
  •  |   입력 : 2018-12-31 20:08:21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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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역 창업투자펀드 규모
- 2018년 21개 3400억 원 돌파
- 3년간 투자시장 급성장 불구

- 투자 중심 벤처캐피털 의존 높아
- 중복·편법 투자 등 문제점 많아
- 장기적인 생태계 구축 어려워

- 가족·친구·팬 참여 ‘3F 운동’
- 소액기부 크라우드 펀딩 대안
- 올해부터 중소기업도 대상 포함

2010년 210억 원(1개 펀드)으로 조성된 부산지역 창업투자펀드 규모가 2017년 한 해 동안 1031억 원(3개 펀드)으로 다섯 배가량 커졌다. 지역 창업 투자 시장은 최근 3년 동안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역의 성장 잠재력을 지닌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한다는 점에서 창업투자펀드 규모 확대는 창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주식시장 상장이라는 장기적 목표 아래 성장 전략을 살펴 본다면 창업투자펀드를 운용하는 벤처캐피털(VC)의 역할에만 의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VC는 지분을 투자한 스타트업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는 강점이 있지만, 투자한 스타트업의 상장까지 책임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의 창업투자펀드가 3400억 원을 돌파한 현재 장기적 관점의 창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중 하나로 시민이 투자에 동참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른바 가족(Family) 친구(Friend) 팬(Fan)으로 요약되는 ‘3F 운동’이다. 이는 벤처캐피털 같은 투자 중심이 아닌 기부 위주의 개념이다. 지역의 스타트업이 성장해 상장으로 이어지면 성장의 과실이 시민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지역 선배 기업인의 적극적인 동참도 필요하다.
튼튼한 지역경제를 구축하려면 신생기업(스타트업)에 도움을 주려는 사회적 후원과 배려가 필요하다. 사진은 새싹을 감싸는 손처럼 지역사회가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정빈 기자
■창업펀드, 규모 키웠지만…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조성된 부산시의 창업투자펀드는 21개 펀드 3404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총 7개 펀드 828억 원의 펀드가 만들어졌다. 2015년 2개 펀드 410억 원이 조성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5개 펀드 632억 원 ▷2017년 3개 펀드 1031억 원 ▷2018년 4개 펀드 503억 원의 펀드가 결성됐다. 2015년 이후 창업투자펀드 조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전체 펀드의 67%가 이 기간에 집중됐다.

현재까지 투자는 195개 스타트업에 1465억 원이 이뤄졌다. 이 중 부산지역 스타트업 98개사에 629억 원의 자금이 풀렸다. 수익률은 110.3%에 이른다. 펀드 자금은 통상 정부 자금이 60%를 차지하고, 운용 주체인 VC와 민간기업이 30%의 자금을 보탠다. 나머지 자금은 부산시가 책임진다. 시는 2016년 1월부터 중소기업진흥기금에 펀드 계정을 만들어 지분 회수에 따른 수익을 재투자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규모 면에서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내면을 따져보면 문제점도 드러난다. 우선 ‘중복 투자’ 논란이다. 성장 잠재력이 큰 스타트업에 자금이 집중되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수익률에 치중하면 스타트업 발굴이라는 전제에서 벗어나 이미 투자가 이뤄진 스타트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개별 펀드 투자 운용에 대한 감시·감독 권한은 수도권에 소재한 한국벤처투자에서 관리하고 있다. 지역에서 지나친 자금이 집중된다면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편법 투자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부산에 지사를 둔 서울의 한 VC 관계자는 “300억 원 규모의 시 펀드를 운용하는 한 VC는 지역에 40%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근거에 따라 수도권 스타트업을 부산으로 유치했다”면서 “문제는 핵심 인력은 서울에 유지한 채 부산에는 페이퍼컴퍼니만 만드는 등 투자 과정에서 일부 편법 운용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핵심인력은 수도권에 고스란히 둔 채 창업 기반 카페의 한 공간을 임대해 사업자등록증을 부산으로 낸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업체의 지역 상주 인력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오재환 수석업무 역은 “투자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다 보니 스타트업 성장이라는 본질에 접근하는 데 VC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며 “지역 차원에서 성장을 유도할 장기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시민 ‘기부’가 성장으로

창업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괴물’로 성장할 ‘괴짜’ 기업인이 있어야 한다. 현재의 시스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손익 분기점을 넘어서기 전, 이른바 ‘죽음의 계곡(Death Vally·데스 밸리)’ 속에서 미래를 보는 젊은 기업인에게 관심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의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 해법은 크라우드 펀딩이다. 내 지역의 성장 잠재력이 높은 스타트업에 소액의 돈을 ‘기부’하는 방식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벤처기업으로 성장한 신라젠 역시 초기에는 지인의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신라젠의 현재 주가는 7만 원대를 상회하고 있다. 상장으로 이어지면 성장의 과실을 나눌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겼다.

성장 가능성은 스타트업에만 있는 게 아니다. 올해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기존 7년 이내 기업만 대상이었던 크라우드 펀딩 대상 기업 기준이 중소기업으로 대폭 완화됐다. 7억 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는 규정 역시 14억 원 이하로 바뀌었다. 2008년 설립된 화장품 제조업체 에코마인은 지난해 11월 열린 크라우드 펀딩에서 5119만 원의 자금을 모금했다. 액셀러레이터는 2017년 기준 20억 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한 이 회사의 기업 가치가 35억 원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것은 전문가의 영역이다. 하지만 이 정보를 시민에게 제공해 시민의 돈이 기부되는 시스템을 만들면 상장으로 이어질 스타트업을 시민의 손으로 키우게 되는 셈이다.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 데스 밸리 속의 스타트업에 다수로부터 모인 자금이 수혈되는 구조에서는 편법 투자가 사라지는 대신 상장으로 이어질 기대감이 생긴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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