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대 50% 상속세도 부담이지만
- 지역 IT 저성장 구조적 요인도 커
- 전문가 “첨단업종 전환작업 필요”
부산지역 제조업을 이끄는 중소·중견기업의 창업주가 나이를 잊고 활발한 경영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세들이 경영에 참여하지만 경기 침체의 장기화와 상속세 부담 등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이 쉽지 않은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역에 IT 관련 업종이 크게 성장하지 못한 구조적인 요인도 있다.
21일 부산상공회의소 자료를 보면 상의의 임원격인 상공의원 120명의 평균 연령은 65세가 넘는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하 31명 ▷61~69세 40명 ▷70~79세 44명 ▷80~89세 5명 등으로 70세 이상은 40.8%에 이른다. 60세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고령자 비율은 74.1%에 달한다. 맨손으로 시작해 자수성가한 지역 제조업 창업주는 대부분 70세 이상이다. 이들은 최근 몇 년 새 직계 자녀를 회사 경영에 참여시켜 일선에서 물러날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여러 상황으로 경영권 승계를 고심하고 있다. 실제 최근 2세에 경영권을 이양했거나 승계를 결정한 곳은 거의 없다.
우선 최근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악화되는 징후까지 보이는 것은 한 원인이다. 지역 제조업의 특성상 창업주가 기업의 핵심 기술과 막대한 영업력을 갖고 있다. 경기 침체와 대내외적인 환경이 불안한 상황에서 자칫 어설프게 경영권을 넘겼다가 회사가 존폐의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다. 최근 한 제조업체의 창업주는 뒤로 물러났다가 최근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최고 50%에 달하는 상속세와 증여세도 큰 부담이다. 이를 무릅쓰고 기업을 물려줬다가 회사의 존립을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나 지자체, 세무당국과의 간담회에서 ‘상속세 완화’가 건의 사항으로 빠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역의 한 철강업체 대표는 “가업 승계 공제 혜택이 있으나 요건이 까다로워 대상이 되는 기업이 얼마 없고 ‘부의 대물림’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며 “100년 이상 장수 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책도 개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문경영인 부족과 2세의 승계 거부 등도 경영권을 넘기기 어렵게 한다. 기업인은 체계적인 경영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고 인재풀이 약하다 보니 마땅한 전문경영인을 찾기도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또 굳이 힘들게 회사를 경영하고 싶어하지 않는 자녀도 적지 않아 1세대 기업인의 고민이 깊다. 심지어 지역의 한 조선기자재업체는 자녀의 승계 거부로 회사를 아예 매각하기도 했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지역 창업주의 연령이 높아지면서 경영권 승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지만 여러 악조건으로 실제 승계 작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제조업 명맥을 유지하고 지역 기업의 존속과 성장을 위해 승계 작업과 관련한 다양한 대책과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의 한 경제 전문가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지역 기업을 전통 제조업에서 첨단 업종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민희 기자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