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총서 조남호 회장 퇴진 공식화
- 군함 등 특수선 건조사업 유지
- 선박 발주량 늘면 정상화 속도

- 일각, 산은 건설부문 정리 관측

한진중공업홀딩스 조남호 회장이 지난 29일 열린 한진중공업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앞으로의 경영 행보에 지역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 회장이 경영 의사권에 필요한 주식 지분을 모두 상실하면서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최대 주주로 떠올랐다. 군함을 중심으로 한 특수선 건조 사업은 유지될 전망이나, 한진중공업 전체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건설사업 부문을 어떻게 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 신임 사장에 이병모

한진중공업 이사회는 지난 29일 서울 갈원동에서 열린 제12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재추천하지 않았다. 이로써 조 회장은 2013년 한진중공업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뒤 6년 동안 유지했던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으며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이사회의 이번 결정은 지난 1월 필리핀 수빅조선소가 현지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불거졌다. 한 달여 뒤인 2월 한진중공업은 자본 잠식을 공시하기에 이른다. 지난 6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국내외 채권단이 6874억 원의 유상증자를 결의하고 최대주주인 한진중공업홀딩스 등이 보유한 3338만6909주를 전량 소각했다. 조 회장은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고, 한진중공업 채권을 보유한 산업은행 등 7개 은행단이 최대주주로 부상했다.

이날 한진중공업은 주총과 이사회를 열어 STX조선의 전 대표이사인 이병모(사진)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산학교수를 새 대표이사로 선출하고, 김동휘 전 STX 대표이사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이 신임대표는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2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해 40년 동안 조선업계에서 근무했다. 설계 영업 생산 경영 등을 두루 경험했다. 이 대표는 “회사의 조기 정상화를 목표로 내실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 매각보다는 재생을

이날 새 대표를 선임함으로써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의 부실을 털어내고 새 출발하게 됐다. 조선 경기 회복으로 선박 발주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한진중공업이 경쟁력 있는 특수선 분야에서 수주를 이어간다면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대주주가 된 만큼 지역 조선기자재업계는 앞으로 진행될 수 있는 구조조정을 걱정한다. 현재 한진중공업과 협력하는 지역 조선기자재업체는 약 160곳으로 추산된다. 수빅조선소에 물린 자금도 해소되지 않아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진행 상황을 모른다”며 “다행인 점은 수년 전부터 지역 조선기자재업체가 영업망을 다변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진중공업 건설부문에 관심이 쏠린다. 조 회장이 경영할 때는 회사 수익을 떠받쳤던 건설부문을 접지 못했지만, 공공성을 중시하는 산업은행이 조선산업 회생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건설부문을 매각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은행이 실제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한 것을 봐도 이런 전망에 힘이 실린다. 부산시의회 정종민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건설부문을 매각한다면 결국 대기업을 또 하나 잃게 되는 셈”이라며 “부산시는 영도조선소 부지 이전 문제 등 도시재생 차원에서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