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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사망 반으로 줄이자 <1> 산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바쁘면 안전수칙 무시되는 현장… 회사도 ‘위험 통제’ 안 해

  •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
  •  |   입력 : 2019-04-08 19:31:42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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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숙한 일인데 뭐” 순간 방심에
- 고통 속으로 내던져진 노동자 삶
- 그러나 그 ‘방심’의 이면에는
- 사회구조적 문제가 버티고 있다
- 위험의 외주화와 집단 ‘불감증’
- 그로 인해 계속되는 산업재해
- 그 고리를 끊을 해법을 모색한다

지난 1월 부산 강서구 플라스틱 공장에서 40대 노동자가 1.3t 금형 틀에 끼여 숨졌다. 지난달 27일에는 해운대구 한 아파트에서 승강기 교체 작업을 하던 근로자 2명이 추락해 사망했다. 국제신문은 이처럼 우리 주변에서 끊이지 않는 산업재해로 발생한 사망 사고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함께 5회에 걸쳐 산업재해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피해자의 경험을 소개하고 노동계 학계 경영계가 진단한 산업재해 사망 사고의 원인과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 최근 강화된 산업재해 사고 처벌 수위와 산업안전보건법을 소개해 사업자의 경각심도 높인다. 산업재해를 줄인 사업장의 노하우도 소개한다. 공단이 제시하는 산업재해 예방법과 효과적인 산업재해 예방 교육법도 알아본다.
   
2017년 8월 경남 창원 진해구 STX조선해양에서 건조 중이던 석유 운반선 내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도장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근로자 4명이 숨졌다. 국제신문 DB
■산업재해에서 살아남은 노동자

2016년 12월 11일 김명찬(43·가명) 씨는 이날을 결코 잊을 수 없다. 이날을 기점으로 김 씨의 일상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공사가 끝난 아파트의 전기설비 업무를 대행하던 김 씨는 이날도 일요일 아침 민원을 받고 경북 김천의 한 아파트를 방문했다. 외벽과 바닥에 물이 흐르는 등 작업 현장에는 위험 요소가 넘쳤지만 김 씨에게는 익숙한 장면이었다. 작업을 마무리하고 뒤돌아서던 김 씨는 발을 헛디뎌 균형을 잃고 살짝 미끄러졌다. 이때 김 씨의 오른손이 2만2900V의 고압 전기가 흐르는 전선에 스쳤다. 찰나였지만 고압 전류는 김 씨의 온몸을 관통했다. 순간 그의 등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온몸이 감전된 김 씨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운 좋게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하반신을 쓸 수 없는 몸이 됐다. 양손에도 통증이 계속돼 힘든 날을 보내고 있다.

부산의 한 조선소에서 일하던 이기현(51·가명) 씨도 2001년 670㎏짜리 철판에 깔려 한쪽 다리를 절단하며 여생을 장애인으로 산다. 통영의 한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일하던 조형우(64·가명) 씨는 1998년 왼쪽 팔이 수산물 가공 기계에 딸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했다. 김상훈(35·가명) 씨는 지난해 부산의 한 건설 현장에서 건설자재를 옮기는 작업을 하던 중 떨어져 하반신이 마비됐다. 3m로 그리 높지 않은 곳에서 떨어졌지만 김 씨는 평생을 앉아서 살아야 한다.

   
산업재해 안전교육 강사 수업을 받는 산업재해 피해자들. 김영록 기자
이들이 공통으로 전하는 사고 원인은 순간의 ‘방심’이다. 익숙한 업무라는 생각에 김명찬 씨는 2인 1조 근무 원칙을 어기고 혼자 업무를 나갔다. 기본으로 착용해야 할 절연장갑도 사용하지 않았다.

방심 이면에는 더 큰 구조적 문제가 있다. 이들은 대부분 하청업체에 속한 노동자다. 근무에 나서기 직전 안전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김 씨는 아파트 주민의 민원을 이유로 작업복도 온전히 갖추지 못했다. 작업이 이루어지는 기계실은 2만2900V의 고압 전기가 흘렀지만, 바닥과 외벽에는 물이 흥건했다. 김 씨는 기계실 문은 항시 열려 있어 작업자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도 아무나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조선소에서 일하던 이기현 씨는 당시 업무가 몰리면서 현장에서 기본적인 안전수칙도 모두 무시됐다고 기억했다. 철판을 안전하게 지탱하기 위해 보조판을 덧대고 작업을 해야 하지만 당시 시간을 아끼기 위해 기본 용접만으로 670kg짜리 철판을 지탱했다. 조형우 씨도 업무가 몰려 40일간 밤낮으로 일해야 했던 것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씨도 소규모 공사장에서 일하면서 안전 헬멧 등 간단한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김 씨 등 일부는 산업재해 원인을 놓고 아직 회사와 소송 중이다.

   
■위험의 외주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통계를 보면 지난 10년간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 사고 유형은 비슷하다. 10년간(2009년~지난해 9월)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한 사망자가 8269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떨어짐이 3680건으로 많았고 끼임 1180건, 부딪힘 830건, 물체에 맞음 711건, 깔림·뒤집힘 583건, 무너짐 512건, 폭발·파열 321건, 넘어짐 318건, 감전 249건 등 순이었다. 10년간 조금씩의 차이는 있지만 가장 많이 발생한 사고와 적게 발생한 사고의 순서는 거의 비슷하다.

업종별로 보면 지난해 398건을 비롯해 10년간 건설업에서 사망한 노동자 수가 가장 많았다. 다만 사망만인율(근로자 1만 명당 발생하는 사망자 수 비율)은 광업이 지난해 308.21을 기록해 가장 높았다.

   
규모가 작은 사업장일수록 산업재해가 발생할 확률이 높았다. 지난해 기준 5인 미만 작업장의 재해율(근로자 100명당 발생하는 재해자 수 비율)은 0.81%로 전체 사업장 중에서 가장 높다. 5~49인이 0.43%, 50~99인이 0.26%, 100~299인이 0.21%, 300~999인이 0.19%, 1000인 이상이 0.16%로 작업장 규모가 클수록 재해율이 낮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 796명 가운데 309명(38.8%)이 하청업체 노동자라고 밝혔다. 2016년에 숨진 884명 중 355명(40.2%), 2017년에는 854명 중 343명(40.2)이 사내 하청 소속 노동자였다.

부산대 로스쿨 권혁(노동법) 교수는 “산업재해 예방은 노동자 외에도 업무를 맡은 하청업체와 원청 기업, 국가에 이익이 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동기획: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국제신문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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