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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사망 반으로 줄이자 <5> 좌담회

“안전은 비용이 아닌 투자 … 中企엔 규제보다 파격 지원을”

  •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
  •  |   입력 : 2019-05-07 18:51:12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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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5월 3일

◇ 장소: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부산본부 대회의실

◇ 참석자

▶김병진 산업안전보건공단 부산본부장

▶이상우 산업재해 장애인협회 사무처장

▶김덕중 부산경영자총협회 본부장

▶황대선 한국노총 부산본부 부의장

▶권혁 부산대 로스쿨(노동법) 교수


- 산재 피해 한 해 최소 21조 원
- 사망자도 2000여 명 달해
- 노사 모두 예방에 최선 다해야
- 매뉴얼 교육·실천이 가장 중요

- 작업중지 명령은 필수 불가결
- 근로자를 가족처럼 보호 절실
- 노사민정 관계자 자주 모여
- 사업장 맞춤형 방법 연구를

국제신문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함께 공동으로 기획한 ‘산재사망 반으로 줄이자’ 시리즈는 지난 한 달 4회에 걸쳐 산업재해 피해자, 경영계, 노동계, 학계 등 산재 사망사고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각계각층 관계자의 목소리를 담았다. 매년 새로운 기술이 발달하고 산업 현장에서도 안전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지만, 산재 사망자 수는 매년 2000여 명을 유지하는 현실을 바꿔보자는 취지다.
   
지난 3일 오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부산본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산재 사망사고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지난 3일 오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대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그동안 시리즈 기사로 소개된 전문가와 산재 피해 당사자가 모여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함께 고민했다. 좌담회 참가자는 안전 패러다임 변화와 함께 이번 좌담회와 같이 산재와 관련된 각계 관계자가 모여 산재를 논의하는 자리가 자주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산재 사망사고가 줄지 않는 원인은?

▶김병진=갈수록 위험사회가 되고 있다. 노무 관계에서 안전 의무를 누가 가질 것인지에 대한 책임도 불투명했다. 과거에는 산재 원인을 단편적으로 봤지만, 지금은 복합적으로 본다. 기술과학적 원인도 있고 사회심리적인 원인도 있다. 문화적인 것도 있고 개인의 특성 등 원인이 다양해졌다.

▶이상우=1995년 건설 현장 소장이었는데 작업을 지시하러 지하 터파기 현장에 내려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당시는 안전 인식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사고를 당했던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산재 사망 사고는 비슷한 규모로 일어난다. 여전히 연간 2000여 명이 사망한다. 산재 피해자를 협회에서 많이 만난다. 그들을 만나 이야기하면 여전히 사업주가 산재를 바라보는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근로자가 사고를 당해야 현장 정리가 잘되고 안전 시설을 갖춘다.

▶김덕중=경영계도 책임감을 느낀다. 산재의 원인은 다양하다. 기계 불량 등으로 일어나는 물질적 요인, 개인의 부주의나 피로 등으로 일어나는 인적 요인, 작업장이 협소해서 일어나는 환경적 요인, 개인주의 갑질 문화 ‘빨리빨리’ 등으로 대표되는 사회·문화적 요인도 있다. 과업과 대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 같은 요소도 있다.

▶황대선=원청과 하청 구조 문제를 관심 있게 봐야 한다. 원청이 대부분 안전을 관리한다. 하지만 원청은 밑바닥 현장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고 안전 도구만 지급한다. 맨홀 등 위험한 작업장에 들어갈 때 전문가가 먼저 들어가서 가스 등 문제를 점검하고 노동자가 들어가야 하지만 그러지 않고 작업자를 먼저 보낸다.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없는 요인이다.

▶권혁=산재는 300년 전 노동법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산재를 바라보는 법 대응 체계는 세 가지다. 첫째는 예방이다. 둘째는 다친 근로자에게 보상, 셋째는 보상을 받아 회복한 근로자를 어떻게 재활할 것인가이다. 과거에는 보상이 대응 체계의 중심이었다. 세계적 추세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그동안 예방이 충분한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은 성과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근로자나 사용자 모두 마찬가지다. 산재는 발생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근로자 스스로에게도 발생하지 않으면 산재는 남의 일이다. 사용자도 재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비용이 남는 것으로 생각한다. 위험은 결국 발생했을 때만 실체가 드러난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김병진=과거에는 기계 결함이나 노동자의 실수를 산재 원인으로 봤지만 이제는 다양한 원인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또 사고가 난 뒤에 위험을 제거하기보다는 사전에 위험을 관찰하고 발견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무엇보다 안전을 비용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투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엘시티나 태안 화력발전소 사고 등 수많은 사례로 산재가 발생하면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미국의 한 알루미늄 회사 대표는 “나는 우리 회사를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회사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표가 물러날 때 회사의 매출은 5배 늘었다. 노동자도 안전을 소극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안전은 자신의 권리라고 생각해야 한다. 기업은 예산 투입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산재로 인한 피해 금액이 한 해 21조 원이라는 통계가 있다. 실제로는 그것보다 4, 5배 많다고 생각한다. 안전 매뉴얼은 기업에 가면 쌓여 있다. 이제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우=안전 교육을 하러 가면 세 가지를 강조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는 것이다. 위험을 보는 것이 안전의 시작이다. 두 번째는 듣는 것이다. “수심이 깊으니 가면 안 된다”는 등의 경고 문구를 잘 들어야 한다. 보고 들었으면 마지막으로 지켜야 한다. 실제 산재 피해 노동자 말을 들어보면 “잘 보지 못했다” “하지 말라고 했는데 했다” “듣지 않았다” “지키지 않았다”는 게 대부분이다.

▶김덕중=노사의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사업자는 산재 예방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이득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근로자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물질, 사람, 환경, 사회·문화, 스트레스 요인 등 각각의 상황에 맞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황대선=형벌로 규제하면 문제가 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원청보다는 하도급에 안전 전문가가 필요하다. 원청에서 모든 것을 운영하다 보니 하도급 업체와는 맞지 않는다. 또 작업에 맞는 표준화 매뉴얼을 만들어 교육해야 한다. 상황에 맞는 교육을 하고 표준작업을 제시하고 사전에 전문가가 현장에 들어가 보고 난 뒤 노동자가 들어가야 한다. 실제 현장에서 보면 묵시적으로 사용자와 근로자가 담합 아닌 담합 관계를 형성한다. 내 몸을 조금 자유롭게 하고 일을 더 하기 위해 위험하게 작업을 한다. 근로자를 제지하기보다는 과태료 정도를 물린다. 근로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권혁=생산성 이전에 안전을 고려하는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우리는 고도 성장을 겪으며 안전이 생산성보다 뒷전에 있었다. 산재가 여러 번 발생한 곳에서 만든 물건을 누가 명품으로 보겠나. 또 산업안전은 노사 공동의 이익을 지향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산재 대책이 실효성을 보지 못한 것은 개별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버스 사고가 나면 버스 대책을 세우고 크레인 사고가 나면 크레인에만 대책을 세운다. 땜질식 처방으로는 한계가 있다. 구조와 본질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기업 규모와 산업안전 교육 수준은 비례한다. 중소기업은 규제보다 지원이 필요하다. 맞춤형으로 지원해야 한다.

-최근에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개정됐다. 이에 대한 의견은

▶김덕중=산안법 하위 법령을 개정한 것과 관련해 경총 산업계 사업주단체가 우려를 많이 한다. 여론에 밀려 작업 중지 명령이 떨어질 수 있다. 작업 중지 명령을 한 후 이를 해제하기도 까다롭다. 개정안을 면밀하게 짜서 기업 목소리도 수렴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권혁=산안법을 개정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근로자가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방지할 수 있는 산재가 얼마나 될까. 노사관계 환경이 아직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이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 내 근로자뿐만 아니라 내 사업장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을 가족처럼 안전하게 보호하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나를 위해 일하는 사람을 내 가족처럼 생각하고 안전 대책을 세우면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 전제로 노사가 신뢰를 쌓아야 한다. (개정된 법에 있는) 작업 중지 명령은 산재와 관련해 제지적인 성격의 산안법을 예방적 성격으로 바꿔보려 한 것이다. 그런데 경제계에서는 작업 중지를 하면 기업에 경영적인 부담이 크다는 것에 비중을 둔다. 우리 사회가 안전보다는 생산성에 더 많은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작업 중지 명령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 안전이 조금 더 궤도에 오르면 이런 거추장스러운 장식품은 없어도 된다.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관계자 모임이 자주 필요할 것 같다

▶권혁=이 자리에 모인 사람은 전문가이기도 하지만 현장에 있다. 안전을 담당하는 분과 실제 근로자, 피해 근로자들이다. 책상에서 법을 만들고 해석하고 적용할 때 가장 따가운 비판은 탁상행정이라는 것이다.

▶황대선=산업안전과 관련한 노사민정 모임이 부산에 있다. 정책 수립에 필요한 활동을 하는데 피드백이 없었다. 오늘 좌담회 같은 자리는 굉장히 좋은 자리다. 산재 줄이기를 교육한 다음에는 문화를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 안전 문화 확산을 홍보하고 그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오랫동안 투자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오늘처럼 노사민정이 산업안전과 관련한 모임을 지속해서 해야 한다.

▶이상우=산업안전과 관련한 세미나나 토론회를 많이 하지만 산재 피해자 당사자를 부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의미 있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노사민정에 산재와 관련한 모임이 있다면 산재 피해 당사자가 참여하면 좋을 것 같다.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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