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산 제품 관세율을 25%로 올리면서 가뜩이나 침체에 빠진 한국 수출이 ‘시계 제로’ 상황에 놓였다. 미중 간 무역 분쟁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이어서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또는 대미국 수출이 피해를 보는 게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중국산 제품을 겨냥한 미국의 관세율 상향 조처로 국내 수출이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대응 역량을 총동원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10일 오후 1시1분(한국 시간 기준)을 기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했다. 관세율 인상 대상 품목은 자동차부품과 중저가 가전 등 총 5745개에 달한다.
미국의 이번 결정으로 ▷중국에 생산 거점을 두고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 ▷중국 제품을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국내 기업 등에는 관세 부담이 커진다. 특히 철강·화학제품과 전자부품 등 대중국 수출 비중이 큰 중간재와 자본재가 더 큰 타격을 볼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미중 간 무역 분쟁 격화로 중국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고, 이로 인해 중국이 한국산 중간재의 수요를 줄이면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한국의 대중국 수출 실적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국제무역연구원도 보고서에서 “최근 잇달아 단행된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로 한국의 수출은 0.14%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감소액 기준으로는 8억7000만 달러(1조249억 원)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우리 기업의 투자 지연과 금융시장 불안 등 미중 무역 분쟁의 간접적인 영향까지 고려하면 수출 감소액은 이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정부가 펼 수 있는 대응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산업부가 지난 10일 민관 합동 긴급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모색했지만 “업종·시장별 수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수준에 그쳤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