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과 자동차 분야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경기 침체가 부산지역 산업단지(산단)의 입주 양상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센텀산단을 중심으로 한 지식서비스산업체는 침체에 대응해 임대 수입이라도 챙기려고 사무실을 쪼개 임차인을 구하고 있다. 노후 산단인 강서구 녹산국가산단은 공장을 내놓았지만 좀처럼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다.
국제신문이 20일 부산경제진흥원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센텀산단의 임대 신고는 총 53건으로, 조사를 시작한 지난해 8월(7건)보다 무려 8배 가까이 뛴 것으로 조사됐다. 센텀산단의 임대 신고 건수는 지난해 10월 56건으로 정점을 찍은 후 매달 30~50건의 신규 임대 신고가 접수된다.
이런 현상은 최근 제조업 불경기와 맞물린 것으로 분석된다. 센텀산단에는 현재 2214개의 법인이 영업하고 있다. 이 중 기계와 전기·전자 업체 100곳을 제외한 나머지 2114개 업체가 비제조업 부문으로, IT 디자인 영상 등 국내 산업의 후방 산업으로 분류되는 업종이 다수를 차지한다.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데다 업종이 영세해 수익을 찾는 방안으로 부동산 사업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남구에서 영상업체를 경영하는 A사 대표는 “관련 업종이 많은 센텀산단을 중심으로 사무실을 알아 보고 있다. 최근 센텀에서는 사무실을 쪼개 임대하는 사업자가 많다”고 말했다.
업종 전환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제조업이 몰린 강서구 일대 산단은 최근 불경기 상황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1995년 조성된 녹산산단은 지역에서 대표적인 노후 산단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부산본부가 지난해 5월부터 조사한 결과를 보면 녹산산단 내 조업 중인 1600여 기업 가운데 약 100곳이 공장을 임대하거나 매각을 진행 중이다. 산단공 부산본부 관계자는 “다수의 공장을 보유한 업체들이 최근 불경기로 말미암아 공장을 매각 또는 임대하려 한다”며 “정부가 공모하는 스마트산단에 녹산산단을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인근 산단의 3.3㎡당 매매가격으로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녹산산단의 3.3㎡ 매매가격이 300만 원 수준으로, 최근 2~3년 새 100만 원이나 줄었다. 반면 3.3㎡당 200만~300만 원에 분양했던 화전·미음산단의 매매가격은 현재 400만 원에 육박한다. 특히 에코델타시티 개발과 맞물려 인근 서부산유통단지의 공장 매매가격은 3.3㎡당 800만 원에 이른다.
강서구 일대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한 CEO는 열악한 교통 환경이 산단이 경쟁력을 상실한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인력 수급이 원활치 않아 센텀에 별도 사무실을 차린 업체도 있다. 녹산산단에 있는 조선기자재업체 B사의 대표는 “업종 집중도 중요한데, 최근 주변 산단 개발로 업체의 이탈이 가속화한다”며 “교통 인프라만 개선해도 산단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