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스틱 쓰레기 연간 6만7000t 발생
- t당 처리비 50만 원 … 100억 원대 부담
- 정부, 해양 플라스틱 제로화 원년 선포
- 바다 환경지킴이 등 제도 마련 절실
#지난 3월 14일 오후 충남 서천의 국립생태원 부검실에 해양생물 관련 7개 기관의 전문가들이 모였다. 제주해역에서 폐사체로 발견된 푸른바다거북과 붉은바다거북의 부검을 위해서다. 부검 결과는 예상보다 참혹했다. 불과 몸길이 42㎝인 3년생 붉은바다거북 한 마리의 뱃속에서 비닐 조각, 낚싯줄, 어망, 노끈 등 30개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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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31일 울산에서 열리는 바다의날 기념식에서 ‘해양 플라스틱 제로화 원년’을 선포한다. 사진은 해양쓰레기로 어지러운 바닷가 모습. 해양수산부 제공 |
해양 쓰레기의 위협은 우려를 넘어 이미 현실이 됐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보고서를 통해 매년 바닷새 100만 마리, 해양 포유동물 10만 마리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 폐사한다고 밝혔다. 해양생태계 파괴는 곧장 수산물 감소와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 여기에다 폐어망과 밧줄 등 해양쓰레기로 인한 선박 안전사고는 인명까지 위협하는 2차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올해를 해양쓰레기 관리대책 원년으로 세웠다. 특히 해양쓰레기 대부분을 차지하는 플라스틱과 관련해 ‘해양 플라스틱 저감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법’ 등 해양쓰레기 관리의 제도적 기반 강화에 나섰다.
■ 바다 점령한 플라스틱 쓰레기
지난 4월 11일 국내 대표 청정해역으로 손꼽히는 제주시 추자면 추자도 인근 해상에 100t에 달하는 해양쓰레기가 유입돼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제주도는 해마다 2만 t 이상 되는 해양쓰레기가 밀려들어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제주도는 이들 쓰레기가 전남지역 김 양식장에서 떠밀려온 것으로 추정, 시설물 소유자를 확인해 비용을 청구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전남도 역시 제주시 사정과 다를 바 없다. 한 해 평균 전남지역에 유입되는 해양쓰레기는 2만700여t, 이 가운데 절반 정도가 제주도 등 다른 지역에서 유입되는 쓰레기다. 자칫 전국의 지자체가 해양쓰레기 책임소재를 놓고 분쟁을 벌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해역에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은 연간 6만7000t으로 추산됐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제3차 해양쓰레기 관리 기본계획 수립 연구’에 따르면 국내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양의 폐어구·폐부표(4만 t) 등과 육상 쓰레기(2만7000t)에서 유입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양수산부와 전국 지자체는 지난 한 해 동안 전국에서 6만1000t을 수거해 처리했다.
세계로 눈을 돌리면 심각성은 더해진다. UNEP는 2014년에 세계적으로 3억1000만t의 플라스틱이 생산됐고, 현재 사용량을 고려하면 2050년 생산량은 20억t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각국의 연구진도 2010년 기준 192개 연안 국가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2억 7500만t으로 산정했고, 이 중 480만~1270만t이 해양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산했다.
■ 해양쓰레기로 인한 손실 눈덩이
해양쓰레기 가운데서도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피해는 막대하다. 생태계 파괴는 물론 수자원 감소 피해도 만만찮다.
해양수산부가 해양쓰레기로 인한 야생동물 피해사례 45건을 분석한 결과 21종의 야생동물이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조류(93%)가 피해를 봤으며, ▷쓰레기 얽힘 피해(25건) ▷섭취 피해(20건)로 이 가운데 멸종위기종 및 천연기념물 5종이 포함됐다.
수자원 역시 거북·고래와 같은 수산 생물이 유실된 폐그물에 갇히거나 걸려서 폐사하는 유령어업(Ghost Fishing)으로 연간 어획량의 10%인 약 380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선박 운항장애 피해도 발생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 해양사고 8081건 가운데 11%인 887건이 폐어망(470건)과 폐로프(227건), 기타 부유 쓰레기(190건)로 인해 선박이 파손되거나 운항이 중단되는 피해를 보았다. 특히 해군함정의 경우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프로펠러에 폐어구 등이 얽히는 사고가 연평균 397건, 척당 2.3건 발생해 유사시 전력 차질이 우려된다. 경남 거제시는 2011년 7월 폭우로 육상 쓰레기가 해안지역으로 몰려 해안 경관을 훼손하는 바람에 관광객 발길이 끊겨 290억~370억 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해양쓰레기 처리 비용도 부담이다. 통상 해양쓰레기 t당 처리 비용이 50만 원인 것을 고려하면, 2만 t 처리비용은 100억 원에 달한다. 중앙정부가 일정액을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빠듯한 지방재정으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 해양 플라스틱 제로화
해양수산부는 31일 울산에서 열리는 제24회 바다의날 기념식에서 ‘해양 플라스틱 제로화 원년’을 선포한다. ‘제1차 해양 쓰레기 관리 기본계획(2009~2013)’으로 시작된 해양쓰레기 대책을 올해를 기점으로 더욱 공고히 한다는 복안이다.
해양환경공단 내 ‘해양쓰레기 대응센터’를 통해 해양쓰레기의 통계 조사·분석 내용을 공개하고,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총 90억 원을 들여 진행하는 ‘미세플라스틱 해양환경 위해성 연구(R&D)’를 마무리 짓는 대로 국내 발생원인·오염도 분석 및 환경 위해 관리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올해 처음으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 체계 강화를 위한 바다환경지킴이 200명을 선발해 운영하고, 도서 지역의 해양플라스틱 쓰레기 관리 체계도 구축을 위한 실태조사에도 나서기로 했다. 국회와 협력해 해양 폐기물에 대한 독자적 법률 체계를 담은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법’도 마련하고 있다. 해수부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플라스틱을 포함한 해양쓰레기 관리의 제도적 기반이 한층 더 공고히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수부 김창수 해양보전과장은“해양플라스틱은 사후 수거보다는 사전 예방이 중요한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관심과 동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용 기자 m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