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첫 건조 올해 취항 10주년
- 장보고기지 설립·결빙해역 연구 큰힘
- 매년 중대형 과제 지원 연구성과 창출
- 각국 쇄빙선 진수… 북극 선점 속도내야
우리나라 첫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ARAON)가 취항 10주년을 맞았다. 아라온은 바다를 뜻하는 순우리말 ‘아라’와 전부를 뜻하는 ‘온’의 합성어로 ‘전 세계 바다’란 의미를 담았다. 매년 북극과 남극을 오가며 극지 연구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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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가 있는 로스해 해빙에 접안한 아라온호에서 연구장비 등 물자가 하역되고 있다. ㈔극지해양미래포럼 제공 |
■굵은 족적 남기며 극지연구 선도 아라온호
우리나라가 극지 연구를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던 계기는 2009년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의 등장이라고 볼 수 있다. 1988년 남극세종과학기지를 세웠지만 쇄빙연구선이 없어 선진국들과 공동연구를 추진할 수 없었고 세종과학기지 주변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아라온호가 등장하면서 장보고 과학기지 설립을 계획할 수 있었고 남북극 결빙 해역에 접근해 연구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아라온은 한진중공업이 발주해 건조했으며, 사업비는 총 1000억 원이 소요됐다.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KOPRI)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제원은 전체 길이 109.5m, 너비 19m, 주갑판 깊이 9.9m, 총톤수 6950t이며, 속력은 평균 12노트이고 최대속력은 16노트이다. 항속거리는 약 2만 해리(3만7000㎞)로 70일 동안 운항할 수 있다. 또 1m 두께의 얼음을 3.5노트 속도로 연속 쇄빙할 수 있다.
아라온호는 일반 화물적재 쇄빙선과 달리 연구 기능 수행에 최적화됐다. 일반 특수 화물 쇄빙선과 달리 아라온호의 선미에는 360도 자유자재로 돌아가는 쌍축 추진기가 있고 첨단 관측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또 39m급 점보 피스톤 시추기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장착한 쇄빙연구선이다.
아라온호는 매년 북극과 남극에서 각 7, 8개 이상의 중대형 연구과제를 지원하고 있고 세계가 주목하는 우수한 연구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제4기 빙하기 동시베리아해에 존재한 빙상의 증거를 세계 최초로 확인해 빙하기 북극해 기후변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를 찾아내기도 했다. 아라온호는 남극 연구 항해 중 조난당한 선박을 구조하는 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아라온호가 남극에 고립돼 있던 중국의 기지건설 조사단 24명을 구조하기도 했다.
극지연구소는 아라온호 취항 10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14, 15일 제25차 국제극지과학 심포지엄을 열었다. 아라온호를 활용한 남북극의 해양과학과 지구과학, 고기후 등 총 6개 분야에서 최신 연구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또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는 취항 10주년을 맞아 대국민 승선체험단을 모집해 다음 달 15일과 16일, 아라온호를 타고 울릉도 인근 해역까지 항해할 수 있는 행사를 연다.
■세계는 북극 선점 경쟁, 제2 쇄빙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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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에서 수리 및 정비를 마친 아라온호가 출항하고 있다. 부산은 수리조선 산업 및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제2 쇄빙선 모항으로 최적지다. 국제신문 DB |
아라온호는 매년 11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남극에서 승선연구 및 보급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8월과 9월에는 북극에서 극지연구를 하고 있다. 연간 300일 이상 운항할 정도로 일정이 빠듯해 제2 쇄빙연구선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수부는 지난해 9월부터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제2 쇄빙연구선 기획연구단’을 구성해 활용방안 등을 검토했다.
최근 북극해에서는 항로 확보와 자원 선점을 위해 선진국 간 소리 없는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석유의 13%, 천연가스의 30%가 북극에 매장돼 있다고 추산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북극에 매장된 자원의 가치는 약 30조 달러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에 여러 국가가 1만t급 이상의 대형 첨단 쇄빙선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독일은 2022년 출항 목표로 3m이상의 얼음을 깰 수 있는 2만7000t급 ‘폴라르슈테른2’를 건조하고 있으며, 영국은 2m 얼음을 깰 수 있는 1만5000t급 D 애튼버러경호를 건조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자국 기술력으로 쇄빙연구선 ‘설룡2호’를 건조했다. 1만3990t으로 1.5m 해빙까지 깰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중국은 앞서 2017년 ‘설룡1호’를 이용해 북극 항로 일주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 밖에 미국, 일본 역시 향상된 쇄빙 성능과 수중방사소음 저감기술 등 첨단기술을 갖춘 쇄빙연구선을 선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극 항로와 자원 개발을 위해 우리나라도 제2 쇄빙연구선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