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시행 늦어져도 소급 적용”
한국전력(한전) 이사회가 여름철 전기요금 부담을 한시적으로 완화해주는 ‘누진제 개편안’ 의결을 보류하면서 다음 달부터 시행하려던 정부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달 안에만 의결되면 개편안을 시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게 정부의 설명인 만큼 시행 자체가 연기되거나 백지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한전 내에서 ‘손실 보전 방안을 확실히 마련해 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어 이 문제가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한전 이사회가 이달 안에 다시 열려 의결만 된다면 계획대로 다음 달부터 누진제 완화를 시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 “(시행일인) 7월 1일 전에 결정되는 게 가장 좋지만 그렇게 못해도 소급 적용해서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전은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어 ‘민관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가 지난 18일 제시한 전기요금 개편 최종 권고안(국제신문 지난 19일 자 1면 보도)의 의결을 보류했다. 애초 산업부는 한전 내에서 어느 정도의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전문가로 구성된 TF의 최종 권고안인 데다 국민적 관심도 큰 사안인 만큼 이사회를 통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 밖 결정’이었던 셈이다.
한전이 의결을 보류한 것은 전기요금 인하에 따른 재무 악화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TF의 최종 권고안을 적용하면 전국 1629만 가구가 월평균 1만142원의 전기요금 인하 혜택을 받는다. 총할인 추산액은 2874억 원이다. 지난 18일에도 “가뜩이나 실적이 악화된 한전이 2000억~3000억 원에 달하는 할인분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로 인해 지난 21일 한전 이사회에서는 “정부가 전기요금 인하에 따른 한전의 손실 보전 방안을 좀 더 구속력 있게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배임 소송까지 거론한 한전 소액주주를 의식해 이사회가 이같이 밝혔다는 분석도 있지만 결국 한전의 위기 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한전은 개편안이 시행되지 않으면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이 커진다는 점을 고려해 조만간 임시 이사회를 연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전은 이사회 의결에 대비해 전산 등 실무적인 준비를 이미 다 해놓은 상태로 알려졌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