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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원전해체산업이다 <3> 부울경 삶의 질도 높인다

고리 1호기 해체 후 녹지·공원·문화시설 조성 ‘주민 품으로’

  • 이석주 기자
  •  |   입력 : 2019-06-30 19:34:10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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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6월까지 추진 계획서 작성
- 2022년부터 핵연료 반출 시작
- 2032년 해체작업 마무리 계획
- 모든 과정 안전사고 예방 우선

- 전 세계 해체 완료 원전 21기
- 절반이 녹지·공원으로 전환
- 고리 1호기 대지 활용 방안도
- 삶의 질 제고에 초점 맞출 듯

정부가 원자력 발전소(이하 원전)를 폐로하고 더 짓지 않기로 한 배경에는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 선점’이라는 전략이 가장 비중 있게 자리 잡고 있다. 549조 원으로 추산되는 해외 원전 해체 시장에 선도적으로 뛰어들면 우리 경제가 미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원전 비(非)전문가’로 볼 수 있는 대다수 국민은 이런 전망치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오히려 원전 해체 이후 ‘내 삶이 과연 어떻게 바뀌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다.

짧게는 10여 년, 길게는 수십 년에 달하는 해체 기간을 고려할 때 국민의 삶이 당장 바뀌거나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해체가 완료되면 원전 밀집 지역인 부울경을 중심으로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물론 이런 기대는 원전 대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 해체 과정에서 안전이 얼마나 보장되느냐가 전제돼야 한다.
   
독일 ‘니더라이히바흐’ 원전이 해체되기 전 모습. 오른쪽 사진은 ‘니더라이히바흐’ 원전이 해체된 이후 녹지 공간으로 복원된 모습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고리1호기 관광자원으로

다수의 원전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30일 원전 해체가 인근 주민 삶에 미칠 긍정적인 효과로 ▷원전 사고 가능성에 대한 우려 해소 ▷기존 대지의 녹지 공간 변신 ▷녹지 공간 조성에 따른 관광 산업 활성화 ▷해체 산업 확대에 따른 일자리 창출 등을 꼽았다. 김종용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문위원은 “(2017년 6월 영구 정지된) 고리원전 1호기가 완전히 해체되면 ‘국내에서 처음으로 해체된 원전’ 타이틀을 갖는 만큼 상징적인 차원에서 견학 코스나 관광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전 해체는 일반적으로 ‘해체 준비→제염→원자로 등 시설물 절단→폐기물 처리→환경 복원’ 순으로 진행된다. 제염(decontamination)은 원전에 남아 있는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거나 최소화하는 작업을 말한다. 쉽게 말해 한 국가에서 원전 해체가 결정되면 관련 인허가와 기술 준비 등을 거쳐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고, 방사성 물질을 안전하게 없앤 뒤 대지를 복원하면 비로소 해체 작업이 완료되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기술적인 세부 작업은 수없이 많이 이뤄진다.

고리 1호기도 이와 유사한 단계를 밟는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영구 정지를 결정한 2017년 6월 고리 1호기 해체 일정을 총 4단계로 설정했다. 올해 현재 ‘해체 준비’에 해당하는 1단계 작업이 진행 중이다.

   
구체적으로 한수원은 고리1호기 인근 주민의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 6월까지 ‘최종 해체 계획서’를 작성하고 2022년 6월 산업부 승인을 받는다. 여기까지가 1단계에 해당한다. 한수원은 1단계가 진행되는 동안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냉각 및 반출도 준비한다.

2022년 7월부터는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하는 작업(2단계)이 본격화된다. 이 작업은 2025년 12월 끝난다. 2026년 1월부터 2030년 12월까지 원자로를 포함한 고리 1호기 대부분의 시설물이 철거(3단계) 또는 절단되고, 2031년 1월부터는 해당 대지를 자연 상태로 복원하는 작업(4단계)이 시작돼 2032년 12월 모든 작업이 끝난다. 정하민 한수원 원전해체준비팀장은 “사용후핵연료가 모두 밖으로 빠져 나간 후 본격적인 철거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공원 문화시설 신재생발전소로

4개 단계에서 이뤄지는 작업 모두는 인근 지역 및 주민 생활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정부는 가능성을 아주 낮게 보지만, 사용후핵연료를 없애는 과정에서 자칫 사고가 발생하거나 차질이 생기면 주민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산업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한수원의 ‘최종 해체 계획서’가 정부 승인을 받은 이후 6개월마다 해체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반면 해체 이후 복원될 대지는 부울경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대지(부산 기장군 장안읍 길천길 96의 1)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해외 사례나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녹지 보전 및 공원 ▷교육 및 문화 시설 ▷발전소 ▷산업단지 등으로 활용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고리1호기 인근 주민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각각 실시한 여론 조사(2016년)에서 주민은 ▷수목원 및 소규모 공원(35%) ▷박물관 및 교육문화 시설(29%) ▷녹지 보존(24%) 등의 순으로 고리 1호기 대지를 활용해햐 한다고 답했다. 공무원은 ▷녹지 보존(40%) ▷수목원 및 소규모 공원(32%) ▷박물관 및 교육문화 시설(17%) 등의 순이었다. 비율에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주민과 공무원 모두 ‘삶의 질 제고’에 초점을 맞춰 대지를 개발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해외 원전도 마찬가지다. 세계에서 해체가 완료된 원전은 지난해 말 기준 총 21기다. 이 가운데 절반인 11기의 대지는 녹지 공간이나 공원으로 개발됐다. 나머지 10기 중 5기는 주차장 등 상업용 시설로 재탄생했고, 나머지 5기가 있던 대지에는 태양열과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 시설이 들어섰다.

윤기돈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상임이사는 “1989년 해체된 미국의 시핑포트(Shippingport) 원전과 1995년 해체가 완료된 독일의 니더라이히바흐(Niederaichbach) 원전 등 대지를 성공적으로 복원한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며 “두 원전 모두 지금은 녹지가 됐다는 점에서 원전 부지를 자연과 지역 주민의 품으로 되돌려 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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