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종합경제단체인 부산상공회의소가 올해 창립 130주년을 맞았다. 대한상공회의소를 포함해 국내 상의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부산상의는 온갖 풍파와 고비를 견디며 현재 우수 회원사 460여 개를 비롯해 총 5900여 곳의 회원사를 둔 단체로 성장했다. 부산상의 역사와 함께 번영했던 지역 경제사와 추락하는 현재를 살펴보고 새로운 도약의 길을 찾아본다.


- 6·25전쟁 직후엔 재건 이끌며
- 삼성·LG 등 모태 기업 길러내

- 1960, 70년대 경공업 발전 선도
- 사상공단은 세계 최대 산단 명성
- 부산이 국내 수출 29% 차지도
- 공업화 과정 인구 300만 도시로

	1914년 부산 조선인상업회의소 의원 기념사진. 부산상의 제공

■전국 첫 상인단체

부산상의의 효시는 1889년 7월 19일 설립된 부산객주상법회사다. 객주상법회사는 명칭은 회사지만 실제로는 정부기관이 허가하는 객주조합이었다. 당시 부산항에서 상거래 통제와 일본인상법회의소에 대항하기 위해 객주 44명이 설립한 민족 계열의 유일한 상인단체였다. 44명은 초량 영도 부평 하단 등 부산항의 주요 거래지에 산재했던 자발적인 지역별 객주조합 단위로 일본 상인들에 대항한 민족 상인이었다.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1895년 부산상무회의소, 1908년 동래상업회의소, 1916년 부산상업회의소로 바뀌었으며 1931년 현재 명칭인 부산상공회의소를 처음 사용했다. 1945년 독립 이후 지역 상공인들이 상의 재건을 외치며 나섰고 1946년 7월 10일 임의단체로 부산상공회의소가 다시 설립되며 50명의 의원과 임원진을 선출했다. 초대 부산상의의 주 업무는 독립 후 경제혼란을 수습하고 무너진 생산 활동을 정상 궤도에 올리는 것이었다. 부산직할시 승격 운동, 상공회의소 기관지인 산업신문(현재 국제신문) 설립, 부산 재산관리인회 설립 등이 괄목할 만한 활동으로 꼽힌다.

■전후 한국경제 발전 견인

	부산상의의 효시인 부산객주상법회사의 설립 근거인 경상도관초 동래부보.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부산은 임시수도 역할을 했다. 전국에서 피란민이 몰리면서 도시 기능은 마비됐다. 이에 반해 부산 공장들은 원조 원료 물자가 부산항을 통해 들어오면서 고무공업을 중심으로 최고 가동률을 기록했다. 지역 경제도 회복됨에 따라 면방직 고무 금속 기계 등과 같은 산업이 지역의 대표적인 산업으로 성장할 준비를 했다. 1953년 휴전 이후 원조 물자의 주요 창구였던 부산에는 제당과 제면, 방직업의 삼백(三白) 산업이 발전했다.

삼성과 LG와 같은 대기업이 부산에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한 것도 이때였다. 삼성그룹 고 이병철 회장은 1953년 부산 부전동 동천변에 5000㎡ 규모의 제일제당 공장을 건립했다. 이 공장은 당시 국내 최초의 현대식 시설과 큰 규모를 갖추고 전국 설탕 생산의 60%를 담당했다. LG그룹 고 구인회 회장이 설립한 락희화학 역시 동천변에 공장을 건립하면서 럭키크림 럭키치약 등을 개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락희화학은 1958년 ‘금성사’라는 이름으로 부산진구 연지동에 우리나라 최초의 전자공업회사를 세우고 1959년 국내 최초의 국산 라디오를 시작으로 선풍기, 전화기, 냉장고, 흑백 텔레비전, 세탁기 등 ‘대한민국 1호’ 전자제품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수출 엔진으로 우뚝

	락희화학(현 LG화학) 연지공장 전경.

1960, 1970년대 부산은 한국의 경제성장의 동력인 수출주도형 경공업을 선도하는 도시로 발전했다. 합판 고무 섬유공업이 중심이었다. 수출 증대와 함께 공장이 급속도로 늘어나서 도심 공업지역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부산 최대의 공업지대인 사상공업지역이 조성된 것도 이때였다. 공업이 성장한 데는 고향을 떠나 부산으로 모여든 시민이 제공한 양질의 노동력이 큰 역할을 했다. 공업화는 부산을 300만 명이 넘는 대도시로 바꾸어 놓는 동시에 여러 가지 문제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산은 항구도시로서의 지정학적 입지 조건과 주변 농촌지역으로부터 유입된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섬유 신발 합판 같은 노동집약적 경공업이 급속하게 성장했다. 국내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섬유 합판 신발 등은 모두 부산을 모태로 커갔으며 이후 전국으로 발전해 나갔다. 특히 합판과 신발산업은 한때 세계 최대의 단일 산업단지를 형성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삼성그룹 고 이병철 회장이 1953년 부산 부전동 동천변에 세운 제일제당 부산공장 전경.

1970년대 초반 부산은 한국 수출의 엔진 역할을 톡톡히 했다. 부산의 수출이 전국에서 점하는 비중은 1972년에는 최고 29%까지 올라갔다. 수출을 통한 성장 가능성을 가장 먼저 보여준 산업은 합판이었다. 합판은 공산품으로는 최초로 수출화에 성공했으며 1968년에는 단일품목으로 우리나라 수출의 13.1%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른바 ‘합판의 시대’였고 ‘부산의 시대’로 불렸다. 봉제와 신발산업도 뒤이어 수출에 기반을 두고 급성장했다. 부산상의 이병곤 사무처장은 “크고 작은 위기 때마다 모든 일에 협조적으로 적극 나서 준 부산 상공인과 이를 응원해준 시민 덕분에 부산상의와 부산 경제가 고도로 성장했고 오늘날 부산상의가 활발한 활동을 하며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