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우디 폭스바겐 벤틀리 닷지 등
- 수입차 브랜드 10곳 아직 미적용

- 업체가 거부 땐 강제할 장치 없고
- 신청요건·절차 등 까다로운 맹점
- 6개월간 교환·환불 1건도 없어

새로 산 자동차가 계속 고장나면 제조사가 교환·환불해 주는 ‘레몬법(자동차관리법)’이 지난 1월부터 시행됐지만 정부의 의지 부족과 자동차업계의 미온적 대응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교환·환불 신청요건과 절차가 까다롭고 자동차업체들이 레몬법 시행을 거부하더라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는 탓으로 풀이된다.
2일 국토교통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에 따르면 레몬법 시행 6개월이 경과한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수입자동차 업체 10곳은 레몬법을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실련에 따르면 레몬법을 수용하지 않은 수입차 업체는 아우디 폭스바겐 벤틀리 크라이슬러 지프 닷지 마세라티 푸조 시트로엥 포르쉐 등이다. 푸조 시트로엥 등은 지난 1일부터 뒤늦게 레몬법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나머지 업체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경실련은 “아우디 폭스바겐 벤틀리는 레몬법을 수용하지 않는 브랜드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일자 지난 4월에 적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레몬법이 ‘하자 발생 시 신차로의 교환 또는 환불 보장이 포함된 서면 계약에 따라 판매된 자동차’에 한해 적용되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판매 업체가 자발적으로 계약서에 레몬법을 적용하겠다고 해야만 법에 따라 불량자동차의 교환·환불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이다. 그나마 레몬법을 실시하고 있는 자동차업체들도 신청 방식을 우편으로만 접수하도록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은 “자동차업체들이 어떤 하자가 교환·환불 대상인지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데다, 우편 접수 방식만을 허용하고 있어 소비자 보호라는 레몬법의 취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의 레몬법 시행에 대한 의지 부족과 불투명한 제도 운영도 한몫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는 “레몬법이 시행된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6개월간 접수된 교환·환불 신청 건수가 9건”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국토부의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는 단 한 건도 교환이나 환불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심의위는 신청된 9건의 브랜드 및 차종, 신청 사유는 물론 네 번 열린 회의내용 등 교환·환불 신청 관련 정보나 심의 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경실련은 “국토부 고시에 따르면 심의위 회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며, 회의 결과는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돼 있지만 그러고 않았다”고 강조했다.

레몬법 시행 관련 인력이 6명에 불과하고, 관련 예산도 8억8000여 만 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윤철한 경실련 정책실장은 “허술한 엉터리 제도와 업체의 레몬법 수용거부, 까다로운 신청 절차, 홍보·예산과 인력 부족, 투명하지 못한 운영 등 레몬법의 총체적 부실은 국토부가 레몬법을 제대로 시행할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며 “정부와 국회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해서 제대로 된 레몬법을 만들고 시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레몬법

자동차 교환·환불 요건과 환불 기준, 교환·환불 중재 절차 등 세부 사항을 규정했다. 신차 구매 후 중대한 하자가 2회 발생하거나 일반 하자가 3회 발생해 수리한 뒤 다시 하자가 생기면 중재를 거쳐 교환·환불이 가능하도록 했다. 중대한 하자는 원동기, 동력전달장치, 조향·제동장치, 주행·조종·완충·연료공급 장치, 주행 관련 전기·전자 장치, 차대 등에 발생한 것이다.

손균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