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전해체 노하우 배우기 위해
- 각국서 연간 500명 넘게 방문
- 가동 기간 · 즉시 해체 방식 등
- 고리1호기 닮은 점 많아 ‘주목’
- 정부차원 컨트롤타워 만들고
- 참여 기관·기업과 유기적 협조
- 안전사고 예방에 총력 기울여
- 주민 반대없이 해체 완료 앞둬
정부가 고리원자력발전소(원전)1호기를 해체하기로 한 배경은 ‘블루 오션’으로 평가받는 원전 해체 시장을 선점하고 방사능 유출과 같은 대형 사고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데 있다. 고리1호기뿐 아니라 국내에 있는 다른 원전 역시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해체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정부 기업 기관 시민단체 주민 등 모든 주체가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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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마드리드 인근 ‘알모나시드 데 조리타’의 ‘호세 카브레라’ 원전 전경. 엔레사 제공 |
다수의 전문가는 원전 밀집 지역인 부울경을 포함해 우리나라가 ‘원전 해체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안전에 초점을 맞춘 중·장기 계획을 세워 긴 안목을 갖고 체계적인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원전을 해체하면 일자리 창출과 기업 유치 등 경제 효과는 자연스럽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그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원전 해체의 교과서’ 카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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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로가 있던 장소에서 콘크리트 해체 작업이 이뤄진 모습. |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Madrid)에서 동쪽으로 120㎞ 떨어진 시골 마을 ‘알모나시드 데 조리타(Almonacid de Zorita, 이하 조리타)’. 면적으로 따지면 우리나라 군(郡) 수준에 해당하는 작은 마을이지만 지역의 위상과 중요도는 마드리드 못지않다. 해체 작업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호세 카브레라(Jose Cabrera)’ 원전이 있기 때문이다.
조리타에는 각국의 원전 전문가와 기관·기업 관계자가 스페인 당국의 원전 해체 기술 및 노하우를 습득하고자 연간 500명 넘게 방문한다고 한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 국내 기관도 최근 이 지역을 찾았다. 호세 카브레라 원전(이하 카브레라 원전)이 ‘원전 해체의 교과서’로 불리는 이유다. 카브레라 원전은 흔히 ‘조리타 원전’으로도 불린다.
카브레라 원전을 해체하는 작업은 ‘엔레사(Enresa)’가 전담한다. 엔레사는 원전 해체와 방사성 폐기물 처리 등을 위해 1984년 설립된 스페인 정부 산하 기관이다. 한수원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 다만 공기업인 한수원과 달리 엔레사는 정부 기관인데도 민간 업체 성격이 강하다.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독립적인 운영 체계가 구축됐다는 게 엔레사 측의 설명이다.
현재 스페인에는 총 7개의 원전(카브레라 포함)이 있다. 이 가운데 카브레라는 스페인에서 처음으로 해체되는 원전이다. 그만큼 상징성을 갖는다. 나머지 6기도 순차적으로 해체된다. 한수원 등 국내 기관 및 기업이 카브레라 원전을 주목하는 이유는 ‘국내 최초의 해체 원전’이 될 고리1호기와 가동 기간이나 해체 방식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내년에 작업 마치면 땅만 남아”
1968년 가동을 시작한 카브레라 원전은 2006년 영구 정지됐다. 38년간 운영된 셈이다. 고리1호기의 가동 기간인 39년(1978~2017년)과 비슷하다. 두 원전은 해체 방식도 ‘즉시 해체’를 택했다. 통상 원전 해체 방식은 ▷가동을 멈춘 뒤 방사능 준위(level)가 자연적으로 낮아지기를 기다렸다가 30~40년 뒤에 작업하는 ‘지연 해체’ ▷화학 약품이나 물리적인 기술을 활용해 방사성 물질을 조기에 제거한 뒤 작업에 들어가는 ‘즉시 해체’로 나뉜다.
카브레라 원전은 크게 ‘제염(2006~2007년)→사용후핵연료 반출(2008~2010년)→방사성 및 비(非)방사성 계통(시설물) 철거(2011~2017년)→외부 건물 철거(2018, 19년)→부지 복원(2020년 목표)’ 순서로 해체가 진행 중이다. 해체 기간(14년) 역시 산업통상자원부가 목표로 정한 고리1호 해체 기간(2017년 6월~2032년 12월, 총 15년6개월)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제염(decontamination)은 원전에 있는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거나 최소화하는 작업을 말한다.
마뉴엘(Manuel) 엔레사 원전 해체 총괄 디렉터는 “올해 현재 외부 건물을 철거하는 중”이라며 “사용후핵연료 반출 등 위험한 작업을 모두 마치고 거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 최종 단계(2020년)는 ‘땅만 남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레사·정부 유기적 체계 구축
주목할 대목은 엔레사가 카브레라 원전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는 점이다. 이는 고리1호기 해체의 산업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앞서 안전 사고 예방에 총력을 쏟아야 하는 우리 정부가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다.
마뉴엘 디렉터는 “카브레라 원전을 해체할 때 조리타 주민의 반대가 거의 없었던 것은 우리(엔레사)와 (스페인) 정부가 협력 체계를 구축한 뒤 ‘안전한 해체’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스페인에는 ‘뉴클리어 레귤러토리 바디(Nuclear Regulatory Body)’라는 원전 해체 관련 감독 기구가 있다.
알바로 로호 블라스(Alvaro Rojo Blas) 엔레사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이 기구는 원전 해체와 관련해 정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며 “엔레사와의 유기적인 체계가 모두 잡혀 있다”고 설명했다. 컨트롤타워의 총괄 지휘 아래에서 엔레사가 기술적인 부문을 전담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수원 원자력안전위원회 산업부가 원전 해체 관련 제도나 법을 사실상 각각 마련 중이다. 컨트롤타워가 분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뉴엘 디렉터는 “카브레라 원전 해체 기간(14년)이 비교적 짧은 데도 안전 사고 없이 원활하게 진행된 것은 콘트롤타워 체계가 잘 갖춰졌기 때문”이라며 “이런 시스템은 앞으로 해체될 원전 6기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리타=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끝-
◇ 호세 카브레라 원전 개요 |
위치 |
스페인 마드리드 동쪽 120㎞ |
용량 및 타입 |
160MWe(메가와트)급 경수로 |
운영 기간 |
1968년~2006년(38년) |
해체 실행 주체 |
엔레사(Enresa) |
해체 방식 |
즉시 해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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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세 카브레라 원전 해체 단계 |
2003~2006년 |
해체 계획 수립 |
2006년 4월 30일 |
영구 정지 |
2006~2007년 |
제염 |
2008~2010년 |
사용후핵연료 반출 |
2011~2017년 |
방사성 및 비(非)방사성 시설물 철거 |
2018~2019년(현재) |
외부 건물 철거 |
2020년 |
부지 복원 및 해체 완료 |
※자료 : 한국수력원자력, 엔레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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