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수출규제 방식과 유사
- 개별허가, 서류 3→5종 확대
- 심사기간 5→15일로 늘어나
- 산업부 “국내·국제법 문제 없다”
- 日 포토레지스트 수출 허가에
- 정부, 한 차례 발표 보류하는 등
- ‘기류 변화’ 관측도 나왔으나
- 대일 수출 규정 대폭 강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선 우리 정부의 첫 상응 조치가 한국의 백색 국가 명단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현실화됐다. 지난달 4일 일본 정부가 반도체 관련 3대 핵심 품목의 대한국 수출을 규제한 지 39일 만이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도 앞으로 한국산 전략물자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이번 결정이 일본의 수출 규제 방식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국제법상으로 문제가 없는 결정”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
|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소속 의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이 한국을 향해 벌인 백색 국가 제외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공조 관계 어렵다고 판단한 듯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2일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 개정안을 발표한 것은 그간 일본의 거듭된 거절에도 대화 기조를 유지해 온 우리 정부가 이제는 일본을 향해 ‘상응 조처’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과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
애초 정부는 지난 8일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 개정안을 확정하고 같은 날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정부 입장 등을 설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일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대상인 반도체 관련 ‘포토레지스트’ 품목의 수출을 허가하자 우리 정부도 “전략물자 수출 제도 변경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과 추진 일정은 추후 확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의는 열었지만 결과 발표는 잠시 보류한 것이다.
정부가 나흘 만에 개정안을 내놓은 것은 일본과 무역 부문에서 공조 관계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 8일 일본의 수출 허가와 관련해 정부 안팎에서는 “국제사회에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꼼수”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결국 백색 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한 일본의 결정이 바뀐 게 아닌 만큼 우리 정부도 상응하는 카드를 꺼내며 ‘눈에는 눈’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 개정안의 핵심은 ▷지역 세분화 ▷일본 등급 강등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전략물자 수출 지역은 ▷‘가의 1’ 지역(백색 국가) ▷‘가의 2’ 지역(비백색 국가) ▷‘나’ 지역(비백색 국가) 등 3개로 나뉜다. 지금까지는 ‘가’ 지역과 ‘나’ 지역 등 2개로 구분됐다. 기존 가 지역에 포함됐던 일본은 가의 2 지역으로 강등됐다.
가의 2 지역 국가는 원칙적으로 ‘사용자 포괄 허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 허가는 자율 준수 무역 거래자로 지정된 수출자가 구매자, 목적지 국가, 최종 수하인을 직접 지정해 정해진 품목을 일정 기간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가의 2 지역 국가는 신청 서류도 1종에서 3종으로 늘어난다. 유효 기간은 3년에서 2년으로 짧아진다. 심사 기간도 가의 1 지역 국가는 5일이지만 가의 2 지역과 나 지역 국가는 15일로 길어진다. 재수출과 중계 수출을 할 때 가의2 지역과 나 지역 국가는 별도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만큼 까다로워지는 셈이다.
■WTO 일본 제소 때 불리할 수도
이번 개정안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한 일본 ‘경제 도발’의 전철을 한국이 스스로 밟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는 한국을 향한 국제사회의 지지 여론이 약화되는 계기가 되거나 우리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을 제소하는 과정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성 장관은 “개정안 마련은 국내법은 물론 국제법상으로도 적법하게 진행됐다”며 “이번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 개정안은 일본이 국제 수출 통제 체제의 기본 원칙을 어긴 것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다’ 지역을 따로 만들지 않고 기존 ‘가’ 지역을 세분화한 것과 관련해서는 한국의 상응 조처가 다소 완화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산업계는 정부가 ‘가’ 지역과 ‘나’ 지역 외에 ‘다’ 지역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일본을 백색 국가 명단에서 제외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박태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톤 다운(완화)’ 지적은 적절하지 않다”며 “실무적인 검토 작업을 거쳐 이 같은 분류 체계를 확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전략물자 수출허가 지역별 관리 제도 ※자료 : 산업통상자원부 |
|
|
가의 1 지역 |
가의 2지역(신설) |
나 지역 |
구분 |
종류 |
기존 가 지역에서 일본 제외, 총 28개국 |
일본 |
북한(제3국 경유 재수출에 한함), 중국 등 나머지 |
포괄 허가 |
사용자 포괄 |
원칙적 허용 |
예외적 허용※ |
예외적 허용 |
품목 포괄 |
AA, AAA 등급 허용 |
AAA 등급만 허용 |
AAA 등급만 허용 |
재수출 |
가능 |
불허 |
불허 |
신청서류 |
1종(신청서) |
3종 |
3종 |
유효기간 |
3년 |
2년 |
2년 |
개별 허가 |
신청서류 |
3종 |
5종 |
7종 |
심사기간 |
5일 |
15일 |
15일 |
재수출·중계수출 |
심사 면제 |
별도 심사 |
별도 심사 |
※동일 구매자에게 2년간 3회 이상 반복 수출 시, ① 개별허가 신청서류 일부 및 ② 전략물자 중개허가는 면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