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제조업이 기로에 섰다. 태웅과 현진소재 등은 그동안 지역 조선업 부흥과 세계적인 풍력 발전에 맞춘 기술력을 바탕으로 강소기업이 되고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한때 대한민국 경제의 주춧돌 역할을 한 지역 제조업은 1990년 이후 국비 지원에 치우친 경영으로 세계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쇠퇴했다. 여기에 올 들어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로 험난한 파고를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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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중견기업으로 우뚝 선 부산 강서구 태웅의 단조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표면가열 작업을 하고 있다. 세계 분업 체계가 무너지고 보호무역이 강화되면서 다시 기술이 중요한 시대가 도래했다. 대학과 연구기관의 연구 성과물을 평가해 기업으로 이전하는 중개 연구가 지역 중소기업이 ‘신강소기업’으로 성장할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김종진 기자 |
다시 기술 고도화로 성장 엔진을 가동해야 할 때이다. 지역의 연구·개발 수준을 진단하고, 기술 고도화에 노력하는 사례를 발굴해 신강소기업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지역의 연구·개발 생태계는 걸음마 단계다. 29일 부산시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2017년 국가 전체 연구·개발비 78조8000억 원 중 시의 투자 규모는 1조4000억 원(1.7%, 전국 9위) 수준에 머물렀다. 또 연구·개발 과제를 상용화하는 주요 주체인 기업의 수행률은 48.4%에 그쳐 전국 12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부산산업과학혁신원이 분석한 자료는 더 심각하다. 전국 대비 지역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1990년 9.1%에서 2016년 6.7%로 감소했다. 2017년(6.7%)부터는 이 비중이 전국 대비 총인구 비중보다 낮아졌다. 부산산업과학혁신원은 이 격차가 올해 0.1%포인트로 벌어지고 2030년 이 비중이 0.3%포인트까지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이 매년 발표하는 지역 과학기술혁신역량평가를 보면 부산은 지난해 9.095점을 얻어 전국 7위 수준이다.
지역 경제는 그동안 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 정책에 맞춰 이뤄지다 보니 산업 구조 개편이 더디게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정부와 관련 기관의 주도로 이뤄진 산학 협력 과제는 성과 중심에 머물러 지역 산업의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 중요한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산업 구조 개편을 주도할 대안으로 중개 연구 중심인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이 부각된다. 플랫폼을 만들어 정부 출연 기관과 대학의 연구·개발 성과물 정보를 집중하고, 여기에서 중개 연구 전문가가 상용화 가능성을 지닌 기술을 평가하는 구조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지역 중견기업과 벤처기업이 플랫폼에 접근해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실현하고 신기술과 신산업을 창출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병진 부산산업과학혁신원장은 “성과 중심에 머물렀던 네트워크에서 벗어나 벤처와 중견기업을 잇는 성장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