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기관이 대학 원천기술 중개
- 글로벌 경쟁력 갖춘 제품 생산
- 강소기업 육성 롤모델로 부상
- 3D 프린터 전문 제조업체 정록
- 국방과학연구소 기술 이전받아
- 獨기업 독점 시장서 국산화 성과
부산지역 중개 연구는 의료 부문에서 활발하다. 부산대 동아대 인제대 고신대 소속 대학병원은 물론, 동남권원자력의학원 같은 의료기관과 산업이 결합한 형태다. 지역의 풍부한 의료 기관에 소속된 다양한 현장 전문가가 대학이 보유한 원천기술을 평가해 기업으로 이전하는 구조다. 큐티티와 메드파크는 스타트업 단계에서 대학으로부터 원천기술을 확보해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큐티티는 블록체인과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한 치아 질환 예방 시스템을 개발했고, 메드파크는 동물의 뼈를 인체에 적용하는 기술력을 자랑한다. 메드파크 박정복 대표는 “일본의 의료 기술 수준은 높지만, 의료기관과 산업과의 결합이 이뤄지지 않아 원천 기술을 상용화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적어도 아시아 지역에서는 부산의 경쟁력과 잠재력이 높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의료 부문에서 이뤄지는 이 같은 중개 연구 시스템은 지역 제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원천 기술의 시장성을 평가해 기술을 이전하는 시스템으로, 탄탄한 네트워크 구성이 중요하다. 연구 결과물을 데이터베이스로 망라해 기술·시장평가 전문가와 기업이 쉽게 접근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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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플라즈마 제독 기술을 확보한 스타트업 정록 연구실에서 이 회사 이수연(여·44) 대표가 3D 프린터 관련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
■원천기술만 있으면 다른 기술은 덤
3D 프린터 제조업체 정록은 국방과학연구소로부터 금속 소재의 시제품 제작 의뢰를 받은 것을 계기로 메탈 프린터를 개발했다. 독일 기업이 세계 시장을 독점하는 구조에서 일군 성과다. 플라스틱 소재 대신 금속 소재를 넣어 시제품을 만드는 기술이다. 금속을 기반으로 한 제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이 빠르게 시제품을 만들어 제품 상용화 가능성을 검토할 길이 열렸다.
기술력에 대한 신뢰도는 원천기술 이전으로 이어졌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정록에 플라즈마 제독 기술을 이전했다. 정록은 메탈 프린터와 원천 기술을 융합해 플라즈마 PCB(인쇄회로기판) 제트시스템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플라즈마 제독 기술은 플라즈마를 활용해 소독 탈취 공기정화로 독성을 제거한다.
정록은 PCB에서 플라즈마가 발생하는 모듈을 만들었다. 여기에 카본 소재를 넣으면 플라즈마 발생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난다. 선박과 발전소 굴뚝에서 생기는 미세먼지 제거는 물론 반도체 표면처리와 원전 해체 과정에서 수반되는 제염 기술까지 실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말 상용화가 예상된다.
정록의 다음 기술은 자동차부품 시제품 제작이 가능한 메탈 3D 프린터 개발이다. 이를 위해 영국과 공동 연구·개발 과제에 착수했다. 울산과 부산 일대의 자동차부품 기업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록 이수연(44) 대표는 구조적인 한계로 스타트업이 도약하는 데 장벽이 높다고 본다. 이 대표는 “대학 교수의 편견이 연구·개발 지원을 가로막는 사례를 경험했다”며 “연구기관과 대학의 기술에 쉽게 접근하고, 창업·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을 독려하는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개 연구가 대안
시민 삶과 직결되나 관심도는 낮은 영역. 지역 산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산업 육성 정책의 한계다. 정부가 각 지역의 중점 산업을 정하는 과정에서 이를 수행할 산학연 네트워크는 그동안 성과 중심의 실적에 치우쳤다. 부경대 권한상(신소재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기술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장기적인 시야를 갖춘 지원 제도도 없다”며 “특히 연구·개발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아 지원금은 많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한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중개 연구 개념은 지역이 주도하는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지역의 연구·개발 자원을 망라해 전문적으로 시장성을 평가하는 구조다. 전문 평가가 이뤄진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는 구조를 정착하면 연구·개발의 접근 문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 중심의 산학연 네트워크를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정부 주도로 하는 평가 관리 체계에서 벗어나 지역 중심으로 연구·개발 생태계가 조성되는 것이다.
중개 연구는 논문 수준의 연구·개발 성과물과 시장성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작업이다. 연구·개발 성과물의 시장성을 전문가가 명확히 평가해 상용화에 도움을 준다. 자체적인 기술력으로 강소기업의 반열에 올라선 중소기업에 더해 원천소재 기술 이전 가능성을 높여 ‘신(新)강소기업’을 육성하는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고 지역 산업계는 입을 모았다.
민건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