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활용 무인크레인·자동이송차
- 적절한 인력 활용해 효율성 높여
- 부산항도 기계오류·기후 先분석
- 근로자 재배치·재교육 서둘러야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80㎞ 떨어진 로테르담항만의 ‘마스플락트 2터미널’. 이곳은 2015년 세계 최초로 무인 조종 STS(ship to shore) 안벽 크레인을 도입한 완전 자동화 항만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찾은 이 터미널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고 조용했다. 쭉 뻗은 1㎞ 길이 안벽에 붙어 북해를 향해 나란히 선 높이 150m인 안벽 크레인 10개가 선박에 쌓인 컨테이너를 소리 없이 들어 올려 땅에 내려놓는다. 사람의 지시를 받는 대신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크레인이 스스로 판단해 작업하는 완전 무인화 시스템이다. 이후 납작한 모양의 자동이송차량(AGV)이 컨테이너를 싣고 자동화 야드로 운반했다. 자동이송차량은 물론 대형 크레인, 자동화 야드에도 좀처럼 사람을 보기 어려웠다. 74개의 AGV는 배터리가 떨어지면 스스로 감지해 새것으로 갈아 끼운다. 이후 무인자동화 야드 크레인(ARMGC)은 컨테이너를 야적장에 쌓는 일을 알아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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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초로 무인 조종 STS 안벽 크레인을 도입한 완전 무인자동화 항만인 로테르담의 ‘마스플락트 2터미널’ 전경. |
독일 북부 엘베강 하구에 위치한 함부르크항만의 CTA 터미널도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화 시스템을 갖췄다. 선박에 실린 컨테이너를 크레인이 집는 최초 작업만 사람이 조종한다. 컨테이너를 야드로 운송하는 AGV는 바닥에 있는 센서를 인식해 스스로 운반할 곳을 찾아갔다. 로테르담의 마스플락트 2터미널과 다른 점은 안벽 크레인에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함부르크항만공사 관계자는 “배에서 컨테이너를 들어 올려 땅에 내려놓는 작업은 사람이 조이스틱을 조종하는 게 더 정확하다”며 “효율성 면에서 이 방식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테르담항만은 지난해 전년 대비 5.7% 증가한 컨테이너 1450만 개(6m짜리 컨테이너)를 처리해 유럽 내 물동량 처리 1위를 차지했다. 마스플락트 2터미널은 자동화 기술을 통해 하역 작업 시간이 40% 줄고 생산성은 40% 늘어났다.
이처럼 유럽뿐만 아니라 중국 싱가포르 등 전 세계가 자동화 항만 시설을 도입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가 새로 건립하는 서컨테이너 부두도 완전 무인 자동화 레디(Ready) 상태로 각종 하역 장비 등을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 처음으로 원격조종하는 안벽크레인을 도입하고 장치장을 완전 자동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기술적 문제와 무인 자동화 항만 구축으로 인한 항만 인력 감소는 여전히 큰 과제로 남아 있다. 로테르담항은 1993년 세계 최초 자동화터미널인 ECT가 개장할 때부터 사라지는 일자리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노조의 반발이 거셌지만 시대적인 흐름이며 모두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항만공사와 터미널 운영사들이 공동기금을 조성해 기존 인력을 재교육시켰다. 마스플락트 2터미널이 완전 무인자동화로 운영되고 있지만 터미널에서 일하는 인력은 500명에 달한다. 안벽크레인을 리모컨으로 조정하는 업무, 총괄 모니터, AGV 수리, IT분야, 선박에 하역된 컨테이너에 대한 고박(래싱) 등의 인력이 매일 3교대로 일해야 한다. 부산항도 무인화 시스템을 도입하기에 앞서 부산항운노조와 협의를 통해 근로자를 재교육·재배치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무인자동화 항만시스템 구축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는데 그만큼 효율성을 거둘지 확신할 수 없다. AGV 같은 로봇이 부딪히거나 오류를 일으킬 수 있고 무엇보다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 로테르담항만 홍보담당 매트 반 우스텐 씨는 “강풍이 불거나 날씨가 좋지 않으면 컨테이너를 들어 올리는 시간이나 위치가 정확하지 않게 된다”며 “수년간 시행착오를 거쳐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고 화물 처리 시간이 절약된다고 확답할 수 없는 만큼 부산도 자동화 목적이 무엇인지 면밀히 검토해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로테르담·함부르크=이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