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노공업, 발 빠르게 잇단 혁신
- 비닐→ 전자부품 → 반도체 장비
- 최근 3년 영업이익률 34% 위업
- 큐티티, AI 기반 치아 건강 보조
- 질환 점수 산정… 치과 예약 도와
- 부산대병원 전문의 등 도움 받아
- 지역 車부품산업 성장동력 약화
- 양질의 일자리 창출 가능성 낮아
- 타 산업과 네트워크 연계 강화를
유럽연합(EU)이 정한 혁신의 4대 요소는 크게 ▷고도화 ▷다각화 ▷전환 ▷신산업으로 꼽힌다.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리거나, 발 빠르게 새로운 시장 영역으로 진출하는 게 혁신의 출발점이다.
부산지역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제조 장비를 제조하는 리노공업은 1978년 설립 이후부터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혁신을 이룬 지역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설립 당시 고부가가치 영역이던 비닐봉투를 생산하다가 1980년대 전자기기 부품 사업, 1990년대 반도체 제조용 장비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리노공업의 혁신은 실적이 증명한다. 리노공업의 영업이익은 ▷2016년 34.8% ▷2017년 34.8% ▷지난해 34.0% 등으로 꾸준하다. 중소 제조업의 영업이익률(5~10%) 수준이나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률(24.2%)과 비교하면 리노공업의 실적은 더욱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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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큐티티 고태연(오른쪽 두 번째) 대표가 연구소 소속 직원과 ‘이아포’ 앱 기술 개선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큐티티와 같이 의료나 관광 금융 등 전 산업 영역에 걸쳐 블록체인이나 AI 기술을 결합한 창업이 최근 부산에서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전민철 기자 |
■창업, 전통산업 경계 무너뜨리다
부산의 창업 현장에는 이미 기존 전통 제조업의 틀이 깨지고 있다. 큐티티가 대표 사례다. 큐티티의 비즈니스 모델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치아 질환 예방 서비스다. 앱(이아포)으로 사진을 찍으면 AI가 충치와 치주염 가능성을 진단하고, 인근 치과 예약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단순해 보이는 비즈니스 모델 뒤에는 복잡하고 전문적인 기술이 녹아있다. 부산대 치과병원 소속 전문의가 분석한 개인 연구 자료가 큐티티의 데이터 베이스에 들어있다. 입 안 특정 부위의 질환 영역을 전문의가 분석한 자료로, AI 학습의 원천이 되는 셈이다. AI 기술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속 연구원의 도움을 받았다. 치아 질환을 점수로 산정해 병원으로 가야 하는 기준을 일반인에게 제시하는 기술이다. 이 과정에서 치아 질환의 경중에 따라 절대적인 수치를 대입하면 정확도가 떨어지므로, 범위를 표현하는 ‘%’ 단위를 활용하는 방식의 기술을 전수받아 정확도를 더욱 끌어올렸다. 국가수리과학연구원에서 만든 수리식이 큐티티의 AI 알고리즘에 적용된 것이다. 현재 이아포 서비스의 치아 질환 진단의 정확도는 80%를 넘어섰으며, 이는 치과 전문의의 진단 정확도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업체는 설명했다.
큐티티의 서비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수여하는 ‘대한민국 신 소프트웨어’ 대상에 선정됐다. 국내 12개 기업 중 스타트업으로는 유일하다. 나머지 11개 기업은 모두 수도권 소재의 소프트웨어 부문 대·중견기업이다. 국내 관련 대기업 두 곳이 큐티티에 대규모 지분 투자를 검토 중이다. 큐티티 고태연 대표는 “부산대 치과병원 소속 의료진이 개인 연구 성과물을 기꺼이 제공한 것으로, 매우 드문 사례다”며 “대학과 연구기관과의 연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큐티티뿐 아니라 현재 부산에는 제조업 외에도 금융 의료 관광 물류 등의 영역에서 IT 기술과 접목된 다양한 형태의 사업이 출현 중이다. 지역 액셀러레이터 콜즈다이나믹스 강종수 대표는 “산업 영역의 경계가 매우 빠른 속도로 허물어지고 있어 기술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전문성 확보가 관건이다”며 “새롭게 나타나는 기술을 잘 파악해야 업체 간 또는 업종 간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효율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제조 혁신 방안은
지역의 주력 제조산업인 조선기자재나 자동차부품 등과 같은 일선 산업 현장에서도 혁신을 향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 조선기자재 업체인 A사 관계자는 “산업계 판도 변화로 업체 간 기술 교류나 영업 네트워크 교류가 매우 중요하지만, 업계 창업주 대부분은 경쟁사와의 협업을 꺼리는 상황이다”며 “실무자 차원에서라도 소규모의 모임을 만들어 서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고 받을 예정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산업과학혁신원(BISTEP·이하 비스텝)이 최근 분석한 ‘부산 자동차부품산업 혁신방안 연구’ 보고서에도 이 같은 상황이 잘 드러나 있다. 매출액 10억 원 이상의 지역 자동차부품 업체 300개사를 상대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절반 이상이 대기업의 2, 3차 협력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비스텝은 EU의 혁신 4대 요소를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 부산의 자동차부품 업계의 성장 동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양적 성장 지표인 자본장비율은 2012년 대비 2017년 소폭 올랐지만, 질적 생산요소 지표인 총요소 생산성은 같은 기간 하락했다. 자본생산성과 노동생산성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해 투자 매력도와 고임금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부산의 자동차부품 산업은 크게 ▷동력 발생 ▷동력 전달 ▷제동 ▷차체 ▷전기차 부문으로 나뉜다. 부문별로 고도화·다각화·전환·신산업 등의 혁신 전략을 제시했다. 소재 경량화나 ICT 융합, 의료용 기기 등의 산업으로 진출하는 전략이 골자로, 부산지역 타 산업군과의 네트워크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스텝 김병진 원장은 “기업 또는 산업계 사이의 네트워크 강화가 중요하다”며 “지역 주력 산업별 혁신 전략안을 마련해 정책에 반영할 것이다”고 말했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