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수·동(해운대·수영·동래구)지역을 부동산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한 지 한 달 만에 ‘집값 양극화’라는 후유증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해운대 엘시티 더샵 아파트 가격이 평(3.3㎡)당 4000만 원에 육박하고, 수영구의 대규모 재건축 단지도 평당 3000만 원을 넘어섰다. 반면 원도심과 서부산권은 오히려 집값이 내려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번듯한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와 서민층의 박탈감이 커지는 것은 물론 투기 세력이 올려놓은 집값 거품이 꺼지면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등 ‘핀셋 규제’를 통해 투기 세력을 근절할 강력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보면 지난달 중순 해운대 엘시티의 최고 인기 타입으로 분류되는 A동 3호 라인의 전용 면적 186.0㎡(75평) 분양권이 5억 원이 넘는 프리미엄(웃돈)이 붙어 거래됐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수천만 원 수준에 머물던 프리미엄이 조정지역 해제 전후를 기점으로 최대 5억 원까지 폭등했다.
해운대구와 함께 해제된 수영구의 대규모 재건축 단지인 삼익비치타운의 전용 면적 41.52㎡(17평) 아파트가 최근 5억1000만 원에 거래됐다. 지난 9월 3억 원 중반대에 거래되던 매물이 지난 10월 4억 원대로 올라섰다가 해제 이후 5억 원을 넘어서 평당 3000만 원 벽을 깼다. 동래구와 남구의 신축 아파트도 ‘자고 나면 1억 원이 올라 있다’는 말이 돌 정도로 집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11월 4주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서도 해운대구가 전주 대비 0.69%로 상승 폭이 가장 컸고, 수영구(0.65%)가 뒤를 이었다. 남구(0.30%)와 동래구(0.26%), 금정구(0.23%)도 오름세를 나타냈다. 반면 원도심인 중·동구는 보합세를 나타냈다. 서·사상·강서·사하·북·영도구 등 서부산권은 오히려 0.03~0.11% 하락해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이 같은 양극화는 서울 등 외지의 투기 수요가 ‘돈이 될 만한’ 해·수·동지역의 아파트에 집중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감정원의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 거래현황을 보면 올해 10월 외지인의 부산지역 원정 투자는 508건으로 정부 규제 여파로 최저치를 찍었던 지난 1월 242건과 비교하면 배 이상 증가했다. 이 역시 대부분 해·수·동과 남구 등 일부 지역에 집중됐다.
솔렉스마케팅 김혜신 부산지사장은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이미 있었는데 예상보다 해·수·동의 과열 양상이 뚜렷해 자금 출처 조사, 핀셋 규제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을 논의할 시점”이라며 “소비자도 분위기에 휩싸여 추격 매수를 하기보다는 흐름을 냉정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