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취에 시달리다 얼큰한 돼지국밥이 생각났다. 스마트폰을 열어 ‘쿠팡’을 검색한다. 지구촌 모든 물건이 검지 몇 번 터치로 내게 오는 ‘편리미엄’ 세상 아닌가. 그런데 이게 웬일. 돼지국밥 브랜드는 다양한데 부산 것은 찾기 어렵다. 부산 국밥을 먹으려면 나흘 뒤에야 배송된단다. ‘오늘 밤 12시 전 주문 내일 오전 7시 도착’으로 총알배송 되는 국밥도 ‘메이드 인 부산’이 아니었다. 서울 화곡동에서 만든 이름만 ‘부산돼지국밥’.
씁쓸한 마음을 안고 단골 식당을 찾았다. “이모, 이 집 국밥은 인터넷에서 안 팝니까?”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다. 진짜 궁금해서 물었는데…. 국밥을 먹으며, 최근 만난 기업인과 자영업자가 생각났다. 경기 침체와 최저임금 인상 탓에 물건이 안 팔린다고 했다. 창사 이후 가장 어렵다는 그들. 혹시 판매 방식에 문제는 없을까. 세상이 바뀌었는데 옛날 방식대로만 팔고 있는지 모른다. 역시나. 위메프와 G마켓 등 오픈마켓(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열린 인터넷 장터)에 이들 물건은 없었다.
1일 통계청 자료를 보면, 부산에 소재한 1인 기업 이상 사업장은 28만6571곳이다. ‘전자상거래를 한다’고 답한 업체는 6만8068곳. 타 기업이나 소비자와 거래에 인터넷을 이용하는 비율이 24%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전자상거래로 매출이 발생한다’고 답한 곳은 2632곳(0.9%)뿐이었다.
부산지역 전자상거래 기반이 취약하다는 것은 취재로도 알 수 있었다. 부산시의 중소기업 정책에 오픈마켓은 없었다. 경북과 충북 같은 지자체가 상공인 판로 개척에 오픈마켓을 핵심 플랫폼으로 쓰는 것과 대비됐다.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를 활용해 2010~2019년 ‘부산’ ‘오픈마켓’ ‘지원’을 키워드로 기사를 분석했다. 총 191건의 기사가 나왔는데, 부산 기반은 불과 2건. 충청권과 전라권이 각각 24건이었다.
“오픈마켓이 시작된 지 20년이 넘었는데, 부산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시의 세심한 정책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동의대 정석찬(이비즈니스학과) 교수의 말이다. 계명대 김창완(벤처창업과) 교수는 “이미 한발 늦었다면 내수 시장보다 글로벌 시장 플랫폼을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새해 첫날 아침, 기자수첩 겉면에 ‘2020에는, O2O로’라는 문구를 적었다. O2O(Offline 2 Online)는 ‘오프라인→온라인’이 아니다. ‘온라인↔오프라인’이란 의미다. 품질 파악이 어려운 온라인 거래의 단점을 메울 탄탄한 오프라인 장터의 유기적인 운영은 필수다.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게 핵심이지. 손님이 시장에 와서 건어물을 직접 본 뒤 서울로 돌아가 꾸준히 오픈마켓으로 구매하는 시스템이 필요해.” 20년 넘게 인터넷에서 건어물을 판 자갈치시장 차성래(63) 씨의 말이 가슴에 남는다. 부산 제품을 더 많은 곳에서 잘 팔리게 돕는 게 부산 민생경제 대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 부산에 ‘따뜻한 O2O’가 꼭 필요하다. 김화영 배지열 기자 hongda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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