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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떼돈 벌 생각 접으세요…우리 가게 생존 비결은 ‘신뢰’

우리동네 브랜드 ON

  • 박지현 기자
  •  |   입력 : 2020-01-05 22:24:43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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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래구 30여 년 된 ‘희망통닭’

- 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 재료부터 위생까지 양심 걸고

# 수영구 빵집 ‘메트르 아티정”

- 프랑스식 레시피와 맛 고수
- 재료 안 좋으면 전량 폐기도

# 연제구 디저트 카페 ‘스텔라’

- 베이커리 등 일한 경험 10년
- SNS 맞춤 주문·멤버십 운영

치킨과 빵, 커피로 대표되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공습을 버텨낸 각 분야의 ‘우리동네 브랜드’를 찾아 비결을 물었다. 돈만 있으면 점포를 열 수 있는, 다시 말해 자본이 기술과 경험을 대체하는 프랜차이즈에 맞선 이들의 생존 전략의 밑바탕에는 예외 없이 ‘신뢰’가 있었다. 신선하고 좋은 재료,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고집스러운 품질 유지만은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우리동네 브랜드’의 경영 철학이다.
왼쪽부터 ‘희망통닭’ 류근태(왼쪽) 회장이 아들 류무열 대표와 함께 프라이드치킨을 튀기고 있다. 빵집 ‘메트르 아티정’ 김은숙(오른쪽) 대표와 기요 다미앙 셰프가 바게트를 선보이고 있다. 디저트 카페 ‘스텔라’ 이민정(오른쪽) 대표와 직원 이효정 씨가 매장 안에서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김종진 전민철 기자 김성효 전문기자
■“내 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하라”

부산 동래구 낙민동 수안인정시장 골목 사거리에 있는 ‘희망통닭’은 일반적인 치킨집과 외관부터 다르다. 가게 밖으로 열린 주방에 닭 튀김기 7대가 나란히 서 있다. 입구 바로 옆에 주방이 있어 닭을 튀기고 양념하는 조리 과정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 희망통닭 류근태(66) 회장은 이에 대해 “요리 과정이 눈에 보이고 냄새가 풍겨야 물건을 살 마음이 든다는 의미도 있지만 ‘깔끔하고 위생적이다, 믿을 수 있다’는 신뢰를 주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희망통닭의 치킨은 온갖 양념으로 맛을 내는 프랜차이즈 치킨과 달리 맛이 심심한 편이다. 닭을 소금, 첨가물에 절이는 염지를 하지 않는 영향이 크다. 류 회장은 “고객 위주로 생각한다. 수입육이나 냉동육을 쓰지 않고 신선한 냉장육만 쓰기 때문에 염장할 이유가 없다. 지나친 나트륨 섭취가 고객 건강에 좋지 않다는 생각도 한다. 닭을 튀기는 기름도 가격이 비싸지만 고객이 가장 선호하는 특정 제품만 쓴다. 양념에 갈아서 넣는 양파, 마늘, 생강도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장 상태가 좋은 걸 골라 직접 다듬는다”고 했다.

1983년 사상구 덕포시장 ‘꼬꼬통닭’부터 시작해 1991년 동래 ‘희망통닭’으로 자리를 옮겨 지금에 이르기까지 30여년 지켜온 가치는 하나다. 이는 2007년 대표 자리를 물려준 아들에게 당부한 것이기도 하다. “금방 떼돈 벌려고 하지 마라. 고객이 재방문해야 한다. 답은 하나밖에 없다. 내 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양심 걸고 하라.”

■밀가루 100포대 버리는 고집

2014년 부산 수영구 남천동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 잡은 빵집 ‘메트르 아티정’은 프랑스에서 온 부부 셰프가 운영하는 가게다. 부산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유학한 김은숙(41) 대표가 프랑스에서 함께 빵집을 운영했던 프랑스인 남편 기요 다미앙(47) 셰프와 고향으로 돌아와 문을 연 곳이다.

부산에 왔지만 매장 운영은 프랑스식을 고스란히 유지한다. 새벽 4시에 출근해 모든 빵을 만든 뒤 오전 9시에 가게 문을 연다. 주재료인 밀가루도 프랑스에서 직접 수입해 쓴다. 운송 과정에서 습기가 찬 밀가루 백여 포대를 전량 폐기 처분한 적도 있다. 가게 문을 열고 적지 않은 기간 재료비, 직원 월급, 대출금을 내고 나면 남는 수익이 없을 정도였지만 재료에 타협은 없었다. 김 대표는 “빵의 주재료인 밀은 우리 음식의 쌀과 같아 제일 중요하다. 재료나 제품 맛을 유지하는 데 가장 신경을 많이 쓴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메트르 아티정은 이스트, 보존제, 유화제 등 첨가물이 많이 들어가는 대다수 업체의 빵과 달리 레시피가 간소하다. 자연 발효 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소금, 계란, 버터 등 최소한의 재료만 넣는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는 제과제빵시험부터 보존제 등 첨가물을 넣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프랑스에 가보니 소금, 물, 계란, 버터, 이스트 약간만으로 빵을 만들었다. 자연발효로 오래 숙성시켜 자연적으로 부푸는 빵의 질감과 풍미가 훨씬 좋고 위장에 부대끼는 것도 없다”고 했다.

■맞춤 제작으로 고객 니즈 반영

부산 연제구 거제동 온천천변의 디저트 카페 ‘스텔라’는 2015년 문을 열었다. ‘스텔라’ 이민정(34) 대표는 대학 시절 카페를 하겠다고 결심한 뒤 카페, 베이커리 등에서 10년 정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매장을 오픈했다.

천연 재료를 이용해 건강하고 맛있는 디저트를 선보이고 고객 취향을 세심하게 맞추는 것이 스텔라가 가진 차별화 전략이다.

초콜릿 음료만 해도 종류가 8가지나 되고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 취향별 초콜릿을 추천해준다. 겨울에는 묵직하고 진한 탄자니아, 베네수엘라산 카카오빈이 잘 어울리고, 여름에는 산미가 있는 세인트도밍고산이 좋다는 식이다. 브라우니는 첨가물 없이 초콜릿과 버터만 녹여서 만든다. 생강차에 들어가는 생강은 국산 생강 중에서도 그해 좋은 생강이 나온 지역을 물어 찾아가고 편하게 필러로 까면 몸에 좋은 부분이 없어진다며 스푼이나 칼등으로 직접 다듬는다. 메뉴판을 직접 쓰고 스티커, 포장 리본 하나까지 디자인해서 만들 정도로 가게 곳곳에 정성이 묻어 있다.

그러나 문을 연 뒤 6개월쯤 지나니 지인이나 호기심을 가진 고객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이른바 ‘오픈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대표가 돌파구로 삼은 것은 SNS였다. 디저트를 좋아해서 방문했던 손님이 자발적으로 올린 후기가 반향이 크다는 데 주목했다. SNS를 보고 일본에서 찾아오는 사람까지 있었다. 함께 매장을 운영하는 이효정(32) 씨도 “지금은 SNS 시대”라고 힘을 실었다. 이 대표는 SNS에 제품을 올리고 주문을 받아 디저트를 제작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스텔라의 SNS에는 제품뿐만 아니라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나 실제 자신이 제품을 즐기는 모습 등을 일기 쓰듯 기록한 게시물이 1900건이 넘는다.

철저하게 1 대 1 맞춤으로 제작한 제품과 그걸 알아봐 주는 고객의 반응으로 자신감이 생기면서 서서히 매장 운영 방식도 바꿨다. 처음 문을 열 당시 8개 정도 있던 테이블도 없애고 테이크아웃만 해 가는 매장이 됐다. 원래부터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던 간판은 태풍에 날아가고 난 뒤 다시 달지도 않았다. 자신의 매장에 오는 고객은 간판이 아니라 제품을 보고 온다는 믿음 때문이다. 스텔라는 음료, 디저트 2종류 쿠폰이 있다. 디저트 스탬프 10개를 모은 고객에게는 선물세트도 준다. 쿠폰을 완성한 고객을 ‘멤버’로 분류해 다양한 할인 혜택을 준다.

이 대표는 “엄마가 학교 마칠 때 맞춰서 아이에게 갓 지은 밥으로 정성껏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는 느낌을 고객들에게 주고 싶다. 저희 공간이 고객의 아지트가 돼 그들과 같이 나이 들어가는 게 꿈이다”고 말했다.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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