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이후 신설된 공공기관 가운데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위치하는 등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이 여전히 겉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해 앞으로 만들어질 공공기관은 가능한 한 지역혁신도시에 입주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그동안 이를 방치해왔다는 점에서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2005년 6월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이 수립된 이후 지난해 말까지 153개 대상 기관이 혁신도시로 이전을 완료했다. 부산 등 10개 혁신도시와 세종시에 이주한 인원은 5만2000여 명이다. 그러나 국토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의 조사 결과, 이전이 시작된 뒤 새로 생긴 공공기관 133곳 가운데 55.6%인 74곳이 수도권(서울 61, 경기 10, 인천 3곳)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신설 공공기관의 입지조건에 대해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 같은 현상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뒤늦게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국토부는 앞으로 신설되는 공공기관은 수도권에 있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지역 혁신도시에 우선 입주하도록 하는 방안을 올해 중 내놓을 계획이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등의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만들기로 했다.
국토부는 ‘지역인재 채용 대광역화’도 추진한다. 이 제도는 혁신도시가 위치한 인접지역 간 공동 채용이 핵심이다. 국토부의 의견 수렴 과정에서 울산과 경남의 공공기관이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렇게 되면 울산지역 대학 출신이 경남의 공공기관에 우선 채용될 수 있으며 반대의 경우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지역 시민단체에서는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앞뒤가 바뀐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신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 2차 이전부터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지침은 현재 수행 중인 2차 이전 대상 공공기관 선정 용역 결과도 끝나지 않은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추진 배경에도 의문이 쏠리고 있다.
박재율 지방분권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는 “정부가 먼저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신속하게 추진하면서 이와 병행해 신설 공공기관 입지 문제를 다루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염창현 기자